다이어트를 하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거라는 환상
, 그리고 현실
다이어트를 하다가 식이장애로 빠지려면 기본적으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다이어트에 내던져야 한다. 거기에는 미움받지 않기 위한, 생존을 위한, 사랑받기 위한 모든 애달픈 감정이 속해있지만 결국 그 기저에는 '다이어트를 성공해 내고 나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거야!'라는 환상이 자리 잡고 있다.
나도 그랬었다. 다이어트만 성공하면, 47kg만 되면 예쁜 옷을 입어서 내 몸을 여기저기 뽐내고 다닐 거고, 사람들은 나를 다 우러러 봐주겠지. 그리고 관계도 다 술술 풀리겠지. 주위 사람들도 "넌 살만 빼면 정말 예쁠 텐데..."라는 말을 했으니까.
다이어트를 하고 나면 단 며칠 정도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상은 며칠이 채 지나기도 전에 깨져버리고 만다. 현실에서는 '또다시 살이 찔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 나', '옷은 내 마음대로 입을 수 있지만 그 부럽다는 시선을 채 즐기기도 전에 음식에 집착하는 나'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게다가, 사람들은 여전히 무례하고, 얼평은 그대로고, 평가와 지적질은 난무한다. 그렇게 그 말조차도 통제하고 싶은 마음에 또다시 다이어트에 빠진다.
제발 다이어트에 빠져 허우적대는 분들이 이런 환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세상에 그런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시궁창이 맞고, 무례하고 이해 안 되고 이상한 사람들을 매 순간 마주해야 한다.
내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구질구질하게 싸우고, 찌질하게 매달리고, 요구하고 요청하고...
환상 속에서의 나와 세상은 내려놓자.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분하고 짜증 난다면 그게 여러분이 현실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혼자 고상할 수 있는 현실이란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