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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Nov 16. 2023

해외 영업의 길에서 발견한 행운

해외 영업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올해로 입사 13년 차 해외 시스템영업인 나는 외국으로 출장을 꽤 자주 다녔다. 출입국 사실 증명을 떼어 본 결과, 입사 이래 약 300번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빈번한 출장에서 가장 보람되고,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 


고객의 의도와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영업이기에 인간관계는 중요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인간관계 노하우가 생긴 것 같은 날이 있었지만, 바로 그다음 날엔 사람은 수수께끼와 같다는 말을 깊이 깨달았다. 또 해외 영업이라는 직무 특성상 좋은 사람과 힘든 사람이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파트너사의 모데사씨. 



의욕이 앞서고, 고객의 말 한마디에 영향을 크게 받던 시절이었다. 


방글라데시 오랜 파트너사의 모데사씨는 시간이 흐른 뒤 변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바디랭귀지를 바꾸는 걸 봐요. 엊그제만 해도 신입사원들은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은 다리를 꼬고 편한 자세를 하고 있어요.”


“저는 변하고 싶지 않아요. 출발선에 섰을 때의 마음, 자세를 항상 지키고 싶습니다.”


“아니요, 앨리스. 당신은 이미 변했어요. 당신의 바디랭귀지를 보면,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동시에 고객들의 바디랭귀지가 변한 것도 보게 됩니다. 당신에게 차와 비스킷, 오렌지를 대접하기 시작했어요. 기꺼이 식사를 같이하고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그분들은 불만이 있을 때도, 당신이 최선을 다했지만, 당신의 위치에서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모데사씨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마주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도록 고객을 설득하고 방법을 찾는 분이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변화를 발견하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떤 애티튜드로 일하고, 사람들을 대할지 그분을 통해 배우고 생각했다. 



다카 사무소의 운전기사 일리아스씨.

인프라가 개발되지 않은 곳에 시스템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하면, 현장은 외국에서도 지방인 경우가 많다. 나는 대체로 지방까지의 긴 이동 시간에 현지 사무소 사람들과 최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현지인을 통해 해당 국가와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고,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여행의 피로를 잊는다.



다카의 렌터카 기사인 모지바르씨는 매일 아침 하얀 셔츠를 단정하게 입고 숙소 앞에서 반갑게 출장 인원을 맞아주었다. 차가 멈출 때마다 그는 작은 향수병을 꺼내 손목에 바르고 손가락 끝에 향수를 조금 묻혀서 셔츠와 바지에 문질렀다. 얌전한 그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다만 그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 방향 방글라데시어를 급히 배웠다. 

쇼자 자보 (직진), 바미 (왼쪽), 단디게 (오른쪽), 에까네 (여기), 오까네 (저기)


LS 방글라데시 프로젝트 전속 운전사인 일리아스씨는 도로정체가 정말 심한 다카에서 샛길을 잘 알고 요리조리 빨리 다닌다. 모지바르씨가 1시간 걸려서 가는 길을 일리아스씨는 30분 만에 간다. 다카 근교 현장이나 지방을 갈 때도 그와 함께라면 문제가 없다. 


LS 전속 운전기사가 되고 2년. 일리아스씨는 살이 조금 쪘고 너스레가 늘었으며 2대의 차를 구입해서 자기 명의의 렌터카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현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방글라데시 LS 프로젝트는 얼마나 계속될까요? LS와 일리아스는 계속 갈 수 있나요?”

“그럼요, LS 그리고 일리아스, 쇼자 자보”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은 쉽지 않다. 나라마다 사람들이 생활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곧장 나아간다.



태국 건설사의 사장님.

도전과 기회는 예기치 못하는 때에 찾아온다. 


5년 전, 제안서를 제출하러 갔을 때, 어느 건설사의 사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쿤 앨리스, 태국에서 계속 영업할 생각인가요?

그런데 왜 태국어를 하지 않죠? 태국어를 하지 못하면 태국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태국어를 배워야 하나 고민할 무렵이었다. 미팅을 위해 방문한 다른 회사의 게시판에서 운명처럼 어떤 글을 보게 되었다. 



외국어로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것이, 뒤에 가만히 앉아 소통하려고 애쓰는 다른 이들을 비웃는 것보다 더 낫다. 잘못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최소한 자신의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글을 몇 번 속으로 읽고 나자, 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생각보다 주말 수업이 있는 학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배울 곳을 찾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선생님은 치앙마이에서 한국에 공부하러 온 태국인으로, 열성적으로 재미있게 가르쳐주셨다. 해외 출장으로 학원에 갈 수 없을 때는 원격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도와주셨다. 


이내 나는 더듬더듬 읽고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은 신기해하면서 실수를 고쳐주거나 새로운 표현을 알려주었다. 영어가 조금 서툰 분들이 갑자기 편하게 말씀하기 시작하고, 이전에 알 수 없었던 상황과 생각을 듣고 납득하게 되었을 때, 태국어를 배우게 된 것은 행운이란 걸 알게 되었다. 


사장님을 만나게 된다면, 진심을 담아 태국어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태국 철도 프로젝트 사무소의 매니저.

혼자 앞장서 해외 시스템 사업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의 성공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는 많은 사람에 달려있고, 그렇기에 최고의 팀워크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LS 태국 철도 프로젝트 사무소의 매니저들을 만나면 팀워크의 중요성을 확신하게 된다. 해외 프로젝트 사무소 매니저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만든다. 



공장 검수로 고객과 한국을 방문했던 아따윗 매니저는 출장 소감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질문 : 한국에 방문해서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인가요?

대답 : LS 청주공장 


질문 : 한국에서 가족과 방문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대답 : LS 청주공장


그의 단호한 대답에 당황하면서도 감동하였다. 



방콕 프로젝트 사무소의 남 매니저는 보이그룹 NCT의 팬이었다. 남다른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사랑으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 팬심은 LS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국 매니저들은 남 매니저를 통해 시장을 이해하고 고객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남 매니저는 태국 프로젝트와 한국 본사를 연결하는 업무를 하면서 처음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그를 보며, 언젠가 방글라데시에서 모데사씨가 나에게 헸던 말을 떠올렸다. 


태국 매니저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어느덧 프로젝트 담당자들의 기쁨이 되었다. 



흐르는 전기처럼, 달리는 철도처럼.

모든 순간이 좋지만은 않았다. 힘든 순간들도 찾아왔다. 


하지만 주저앉고 싶을 때도 할 수 있다, 해보자, 하고 스스로를 일으켰던 것은 결국 동료들, 지구 저편의 고객, 협력회사, 현지 사무소 매니저들이었다. 머리를 맞대어 생각하고, 울고 웃고 하는 동안, 도저히 출구가 없을 것만 같았던 곳에 길이 생겼다. 




요즘 이런 희망을 품게 되었다 - 흐르는 전기처럼, 달리는 철도처럼. 일하고 싶다. 


어딘가의 부하까지 흘러 빛이 나게 하고 싶다.

경계와 한계를 넘어 멀리까지 가고 싶다.


먼 나라에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또 같이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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