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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May 03. 2024

텍사스에 온 삼성, 전기 주러 온 LS ELECTRIC

LS일렉트릭에 입사한 지 어언 13년 차, 나이는 국제 표준으로 고맙게 줄어들어서 10의 자릿수가 빠져버린 39살. 13년이란 회사 생활이 길다면 길 것이고 짧다면 짧을 것이다. 40이 채 되지 않은 나이도 많다면 많은 나이고 적다면 적은 나이일 수 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니깐 길고 짧은지, 많고 적은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딱 중간 지대에 나의 인생과 회사생활이 놓여있는 이 시점에 이걸 눈치라도 챘던 것인지 회사에서 제안이 왔다. 


“광훈아 너 텍사스 한번 가볼래?” 


내 안에 도전하고 픈 마음이 숨겨져 있었던 걸까? 아니면 텍사스가 나도 모르게 끌렸던 걸까? 내가 나 자신을 설득하고 와이프를 설득하기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텍사스 주재원은 운명처럼 시작되었다. 


“왜 텍사스일까?”


LS일렉트릭의 텍사스 Bastrop Campus

주재원이 되면서 궁극적으로 든 의문은 왜 LS일렉트릭이 텍사스를 선택했을까? 라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간단하면서 핵심적인 대답이 바로 뒤에 따라왔다. 


“삼성 공장이 텍사스에 있으니까.”


그렇다. 우리 LS일렉트릭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삼성이 미국에 진출한 곳이 바로 텍사스 테일러이다. 신규 공장은 당연하게도 많은 전력을 사용해야 하고 전력기기의 구입 및 설치는 필연적으로 미국발 신규 공장의 뒤를 따라오게 된다. 삼성에게 제품을 공급해 주고 서비스를 해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력기기 Market Share 국내 1위인 LS일렉트릭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따라오는 질문 하나 더. 


“왜 삼성은 텍사스에 공장을 지은 것일까?” 


이유는 더 다양하고 구체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다가온다. 그 이유를 텍사스 현 주지사인 그렉 애벗의 트위터 말로 대신하겠다. 


“텍사스는 기업, 일자리 그리고 기회의 땅” 


맞다. 텍사스는 기업이 사업하기 좋게, 사람들이 일 구하기 좋게, 그리고 어마어마한 땅덩이로 공장 짓기 좋게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365일 태양이 내리쬐는 태양광하기 좋은 곳이라 RE100을 실천하기 좋은 곳이며 텍사스의 주지사 말대로 기업이 일하기 좋도록 세금 감면 혜택을 통해 각종 네임밸류가 높은 빅테크 기업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텍사스를 찾아오고 있다. 


UT 오스틴 경영대학에서 한 컷


그중에 오스틴은 가장 IT 기업들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로 손꼽혔으며 그런 오스틴 남동쪽 배스트럽에는 LS일렉트릭이, 북동쪽 테일러에는 삼성전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기가팩토리, 보링 컴퍼니, 스타링크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오라클, Dell도 이 오스틴에 자리를 잡고 있다. 

텍사스가 이렇게 기업들의 성지로 뜬 이유는 일관적인 친기업 정책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텍사스의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낮은 법인세 비율이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으며 특유의 넓은 땅덩어리는 이것이 정책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기업들의 공장 건설로 이어지게 끔 해주고 있다. 이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기업들이 텍사스에 발을 들여놓고 있으며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력 공급일 것이다. 이 막대한 전력 공급이라는 Solution 제공을 위해 우리 LS일렉트릭도 기업 대이동의 흐름에 우리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이 텍사스에 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Bastrop Campus에서 한 컷



“Don’t mess with Texas.”

텍사스라는 곳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 문장이 제격일 것이다. 직역하자면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라.”이고 실제 의미를 엮어서 의역하자면 “텍사스를 건드리지 말아라.”라는 뜻이 될 것이다. 실제로 텍사스는 자신들의 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높은 곳이며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을 간섭하는 걸 싫어하는 특성이 강하다. 텍사스 사람들은 텍산(Texan)이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던지 “Where are you from?”이란 말을 듣는다면 미국이 아니라 텍사스라고 답할 정도로 텍산들의 자부심을 알아주어야 한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텍사스만의 특성을 존중해 준다면 우리 또한 이 곳에서 존중 받으며 비즈니스를 할 수 있고, 텍사스인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미국에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단 하루 만에 텍사스를 알 순 없죠.”

필자가 텍사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워보고자 제임스 딘의 유작인 ‘자이언트’를 감상했는데 여기서 또 다른 주인공인 록 허드슨이 얘기한 영화 초반의 명대사이다. 자이언트에서 미국 동부 아가씨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텍산 록 허드슨에게 첫눈에 반해 하루 동안 텍사스 관련 책을 읽고 텍사스 얘기를 하자, 록 허드슨이 그 얘기를 듣고 점잖게 대답한 멘트이다. 텍사스에 대한 텍산들의 숨겨진 자부심을 은근히 보여주는 대사이다. 



텍사스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 자이언트



자이언트는 미국 동부 여자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텍산 록 허드슨이 결혼하면서 서로 다름으로 인한 갈등을 보여주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존중해주며 내적 성숙이 일어나는 과정을 수십 년에 걸쳐 보여주는 영화이다. 외지인과 텍산이 만나 융합되어 서로를 발전시킨 이 자이언트라는 영화처럼 우리 LS일렉트릭도 텍사스와 융합하여 전력시장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미국 시장에 자이언트처럼 우뚝 설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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