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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Mar 26. 2022

나의 전부, 남편

결혼장려

결혼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결혼하면 좋냐', '결혼을 하겠다는 느낌이 팍 왔느냐'이 두 가지 질문이었다. 실제로 결혼하니까 난 정말로 좋다. 첫 만남부터 종소리가 땡- 울리며 '이 남자다!'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오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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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내가 우당탕탕 사고를 칠 때마다 '뭉치'라고 놀려대면서 어김없이 뒷수습을 해주느라 바쁘다. 늘 깜빡하고 덤벙대는 나와 달리 매사에 꼼꼼하고 현명한 남편. 연애 때부터 줄곧 남편의 그런 점이 좋았다. 다정다감한 말투와 예의 바른 행동, 그리고 제일 중요한... 외모까지 잘 생겼다(물론 내 기준). 팔불출 같지만 어쩔 수 없다. 가끔은 '내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났지?' 싶을 만큼 내게는 너무 완벽한 남편이다.


그런 남편에게 딱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내가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 이건 정말 농담이 아니라 아주 치명적이다! 자기 코 앞에 둔 물건을 찾지도 못하고, 몇 번을 말해줘도 어디 있는지 못 찾아 나를 찾곤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하나부터 열까지 내게 전부 물어본다. 어떤 옷을 살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요리한 음식은 어떤 그릇에 담을지, 심지어 오늘 입은 옷에 어떤 양말을 신어야 하는지까지 물어보면 말 다했지. 어느 날은 하도 불러대서 정색하고 진지하게 부탁한 적도 있다.

(이 악물고) "제발 나 좀 그만 부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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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현재 아이가 없고, 반려동물도 없이 오로지 둘만 산다. 그래서 서로에게만 의지한 채 살아간다. 문득 '나중에 누구 한 명 먼저 죽으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망상에 빠질 때면 눈물이 날 만큼 슬퍼진다.


그래서 우리는 꼭 100살까지 같이 살다 한날한시에 같이 죽자고 약속을 했다. 남편이 나보다 두 살 많으니까 나는 100살, 남편은 102살까지! 남편은 원래가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찾고 몸을 사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이 약속을 한 뒤로 102살까지 살아야 한다며 나보다 더 부지런히 건강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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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저런 투정을 부릴 때마다 남편은 나를 안고 토닥인다. 그리고는 "어때? 나 완전 오빠 같지?"라며 허세를 떤다.


나 "오빤 내가 계속 찡찡대면 안 힘들어?"

남편 "어쩌겠어~ 물릴 수도 없는데 내가 다 감당해야지~"

나 "그래 맞아. 장모님이 다시 안 받아줄걸? 근데 내 찡찡 언제까지 받아줄 거야?"

남편 "네가 100살이 되어도 나는 102살 '오빠'니까. 오빠한테는 계속 찡찡대도 돼."


어디 멘트 학원을 다니는 건지... 가끔은 속으로 찌잉 한다.

'100살이 지나 다음 생에서도 꼭 다시 만나자. 우리'



나의 전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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