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2월 1일에 소파술을 하고 한 달 동안 나는 부지런히 독서하고 글을 썼다.
나는 비록 유산으로 아이를 떠나보냈지만 다른 난임부부들은 출산까지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
배우 진태현 님도 유산을 경험으로 하여 에세이를 출간하셔서 읽어 볼 예정이다.
하필 내가 한창 마음이 힘들 때 연예인들의 시험관 시술 성공 소식이 들린다.
어제는 김승현 장정윤 부부.
며칠 전에는 박수홍 김다예 부부와 장수원 부부.
심지어 작년에 결혼한 남편 회사 동료(후배) 부부도 임신을 했다.
놀이공원 관람차 마냥 책을 읽으며 천천히 올라갔던 자존감이 산부인과에 다녀오거나 다른 사람의 임신소식을 듣는 날이면 롤러코스터처럼 확 떨어진다.
산부인과에서 주사를 맞고 집에 오는데
기운도 없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나는 여자인데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며 인위적으로 주사를 맞아가면서 생리를 유도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필 시어머니란 사람은 전화 와서
“좋은 소식 없냐, 연예인들이 시험관 시술로 성공했다고 계속 나오네. 요즘 사람들은 임신이 힘들구나. ”하며 3단 콤보로 더 뼈를 때리신다.
저기 저 이제 유산한 지 한 달 조금 지났어요.
난임도 난임이지만 무엇보다도 난임부부를
제일 힘든 게 하는 건 주변 사람이다.
난임에세이에도 쓸 내용이지만 주변 사람이 난임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적이다.
만약 내가 글을 안 썼다면 난임에세이를 출간할 계획을 하지 않았다면 우울증에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허비했을 것이다.
난임부부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엔 내가 치유를 받고 있다. 글을 쓰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말들이나 사람들을 다 뱉어냈다.
이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들을 다 흘러버리고 귀 닫고 눈 닫는 경지에 이르렀다.
임신 소식은 안 들으면 되지.
연예인의 출산소식은 안 보면 되지.
나는 임신할 때까지는 귀 닫고 눈 닫고 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