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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 Nov 16. 2023

혹독한 생애전환기

원래 이런 건가요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던 2022년 첫날, SNS에 이런 글을 썼다.


“생각보다 설렘이 크고 기대가 된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유연함을 가지고, 놓아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하며,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마흔쯤에 느지막이 사춘기가 오는 등 생애전환기를 어렵게 건넌다고 하는데 나는 설렘이 있었다. ‘내가 마흔이라니! 불혹이라니!’ 호기심을 가득 담아 40이라는 숫자를 보고 있었다.  


소용돌이 속에 있기는 했지만 그 속에서 중심을 잡으러 애썼고 수개월의 분투 끝에 나름의 유연함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하는 곳에서 나의 일들을 무던히 해냈고 눈에 보이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이 내 사십 대의 시작이었다. 배움이 있었고 성장이 있었다. 모든 과정 속에서 좋은 어른이 돼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 돼 간다고 생각했다.


삶이 흔들려보니 내가 보였다. 좋은 어른은 둘째치고 나쁘지 않은 어른인 게 다행이었다. 길지 않은 인생 속에 만만치 않은 경험들은 맷집보다는 겁을 키우기에 좋은 통로가 되었고 쭈구리 중에 상쭈구리가 되는 순간이 허다하다. 한참 어린 동생들 앞에선 단단한 척, 따듯한 척, 쿨한 척해보지만 실상은 쫀쫀함의 표본이기도 했다.


어제보단 오늘의 내가 요만큼은 더 괜찮았으면 좋겠고,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멋진 중년이 되었으면 하는데... 마흔은 원래 이런 건지, 나름의 순간들을 잘 보내고 있는 건지 지금은 알 도리가 없다. 이 또한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알아 질 것이다. 그때의 내가 나쁘지 않았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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