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정말 내외적으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정을 지나 거리에 가로등만 밝기를 더하고 있고, 차량 하나 보이지 않는다. 딸내미가 일이 있어 집을 비운 시간, 우리 둘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무나 조용한 시간이라 숨소리까지 크게 들릴 듯하다.
작은 벌레 소리들이라도 들릴 듯하다.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음이 복된 시간이다. 가로등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에는 여러 영상들이 파노라마가 된다. 하지만 그것도 가로등과 함께 할 때고, 방으로 들어오면 모든 게 침묵 속에 빠져든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고요한 시간, 이제 인간의 오욕칠정 중의 하나인 수면욕을 즐기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상관이 없다.
내 언어가 고요를 깨고 있는 듯해 민망하다. 그냥 있으면 고요가 친구가 되어 옆에 머물러 줄 것인데, 자판 소리가 요란해 고요가 길을 나서려 한다. 이제는 정말 고요를 옆에 두고 이 시간을 보내야 하겠다는 생각에 내 마음을 누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