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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memike Dec 23. 2021

집무실의 공간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2019년 코로나 발발 이후 근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많아도 쓰지 않던 마스크를 이제는 쓰지 않고 사는 법을 잊었다. 이제는 친구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려고 해도 백신을 맞지 않으면 어려워진 시기가 되었다. 자유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약속과 의무가 되었다. 여러 많은 것들을 잃었고, 많은 것들을 얻기도 한 시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형태가 변했다.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직장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보던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되었다. 학교와 직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미팅으로 전환되었다. 경우에 따라 대기업들은 직원이 많이 거주하는 일대에 지역 거점 오피스를 만들고, 본사에 출근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오래된 미래는 어쩌면 눈 앞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집무실은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는 공간이다. 집무실은 지역 분산형 오피스를 지향한다. 입지를 보자면 전통적 중심업무지구인 광화문 일대의 정동 본점, 스타트업과 소중형 업무시설이 많은 왕십리점, 학생들이 많은 서울대점, 위성도시인 일산점 등이 있다. 전 지점에 동일한 워크 모듈을 배치했지만 지점마다 분위기는 다르다. 이는 지점이 위치한 지역의 입지적 특성과 사용자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느껴진다. 정동 본점은 덕수궁과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이 있어 고즈넉하고 포멀(formal)한 분위기라면, 왕십리는 2개층이 뚫린 공간이 있고 철제 가구가 들어와 성수, 뚝섬 어디선가에서 한번쯤 경험해봤을 힙한 분위기다. 반면 주거지가 밀집한 일산과 목동점은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학생과 수험생이 많은 서울대점은 공유 오피스보다는 스터디 카페에 더 가까운 인상을 준다. 브랜딩과 전략의 측면에서 앞으로 집무실이 어떤 곳을 선정할지 궁금해진다.


지점마다 다른 분위기의 집무실(왼쪽부터 목동점, 왕십리점, 일산점)


오피스 공간의 역사는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버시(privacy)의 공존 문제, 그리고 워크 스테이션 모듈과 함께 해왔다. 큐비클은 오피스 공간에서 공간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장치다. 큐비클은 형태에 따라 개방감이 달라져 적당한 프라이버시를 유지시킨다. 직장 상사나 동료 직원의 눈치를 피해 숨을 수 있게 하는 장치인 동시에 지나친 프라이버시와 긴장감 이완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뜨리거나 동료간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기도 하다. 업무의 효율과 협동 및 의사소통의 관점에 있어서 워크 모듈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많은 기업들이 이를 다각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집무실은 Nest, Hive, Cave 크기와 기능이 다른 세 가지의 워크 모듈을 기반으로 업무 공간을 구성했다. Nest는 반개방형 워크 모듈로 의자에 앉았을 때 정면은 노출되고 양측면은 칸막이로 가려져 있다. 의자와 일체화된 팔걸이에는 조도와 빛의 색을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이 있는데, 15cm 정도의 여유 폭이 있어 여기에 컵이나 간단한 소품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그 아래는 가방과 짐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모듈에 포함되어 있다. 조금 더 사적인 공간을 필요로 할 경우에는 Hive를 이용할 수 있다. 노트북 하나 정도 올려놓을 크기의 Nest 책상과 달리 Hive는 폭과 길이가 더 넓어 노트북 외에도 다양한 사무용품을 올려놓고 작업을 할 수 있다. Hive의 칸막이는 사람의 앉은 키보다 높아 아늑한 공간을 만들면서도 외부에 서 있는 사람이 Hive 내부를 볼 수 없는 정도의 높이다. Hive 내부에 서서는 모듈 밖의 업무 공간이 보이고, 앉았을 때는 천장만 보이는 스케일감은 인체의 치수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들어간 모듈이라는 생각이 든다. Cave는 집무실의 워크 모듈 중 가장 사적인 모듈이다. 칸막이는 사람의 키보다 높아 외부와 완벽히 분리된 공간을 조성한다. Hive와 Cave 모두 내부에 옷과 가방 수납을 위한 후크가 있다. 


워크 모듈 - Nest


지점마다 다르지만 워크 모듈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업무 공간이 있다. 전화와 화상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폰부스와 미팅룸, 소파에 앉아서 업무를 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도 있다. 오피스 공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캔틴(canteen)에는 커피, 차, 물, 과자와 사탕 등 여러 식음료가 준비되어 있고, 출력을 할 수 있는 프린터도 있다. 오후 3시에는 다과 시간이 있어 일을 하다 잠시 숨을 돌리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오후 8시에 제공되는 위스키 한 잔과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작업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우리는 더 이상 한 곳에서, 혹은 한 자세로만 일하지 않는다. 시간과 경우에 따라, 혹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작업 환경을 바꿔가며 일을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다. 집무실은 그런 다양성을 모듈과 공용 공간으로 이야기한다. 



집무실은 평범하지 않고 남과 다르다는 뜻의 ‘비범’과 2022년 범띠 해를 맞이하여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라는 ‘Be 범(虎)’을 합쳐 집무실만의 플래너인 ‘비범 플랜’을 기획했다. ‘비범 플랜’은 ‘오직 자신만의 계획’을 제안한다. 나는 2022년의 목표를 ‘나만의 공간 만들기’로 설정했다. 나는 공간의 힘을 믿는 편이다. 잘 짜여진 공간에서의 삶은 안정된 루틴을 만들고 평온함을 가져다 준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한 공공 공간의 사용 제한이 나만의 공간에 대한 열망을 더 크게 한 걸 수도 있다. 집무실은 그러한 점에 있어서도 많은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곳에서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공간과 다양한 워크 모듈을 보여주는 집무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위 글은 집무실의 ‘비범플랜’ 이벤트로 일주일간 집무실 전 지점 체험권을 제공받아 사용한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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