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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 머리 앤 Apr 13. 2023

자연 친화적 세계에 대한 환상

인간이 말하는 자연과의 공존은 무엇인가?

메마른 산,

파괴된 해양 생태계.

인간의 생존을 도와주던 자연의 개발이 도리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다시금 자연과 공존하던 과거의 세계를 그리워하며, 그러한 자연 친화적 세계로의 회귀를 꿈꾼다.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에서 나타난 나비족의 모습은 이러한 인간들의 환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현대의 우리가 가지는 자연 친화적 세계에 관한 이미지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삶을 영위하는 선조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선조들은 자연을 사랑해서 자연과의 공존을 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의 인간들이 자연을 대했던 태도는 사랑이기보다는 '경외'에 가깝다. 이들은 통제할 수 없는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두려워했고, 따라서 자연의 흐름에 인간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우리는 자연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침내 자연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갖춘 근대의 인간이 이를 거침없이 현실화하기를 택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나아가 우리 몸을 떠나지 않는 스마트 워치와의 결합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자연과의 타협으로 얻어진 문명은 우리의 삶을 그 어떤 생명체의 삶보다도 안락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기에 현대적인 인간의 시각에서 떠올리는 과거의 자연 친화적 모습 역시 지극히 일방적이고 인간 중심주의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몸으로 자연과 소통하는 '나비족'의 모습에서 자연 친화적인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사실 나비족의 모습은 다른 의미의 통제와 억압에 그친다. 원치 않는 대상을 억지로 데려와서 '길들이고' 머리를 맞추는 모습이 어떻게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 친화적 모습이라고 불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자연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오늘날, 인간과 자연의 조화는 정말로 요원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항상 '권력' 관계로 맞춰져 있었다. 그 객체와 주체가 바뀌어왔을 뿐, 자연은 인간에게 언제나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가지는 권력 관계의 도식은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다만 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었기에 친화적으로 보이는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주체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연과 세계에 대해 가지는 관계의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못한 우리는 결코 자연에 대한 타자화의 태도를 버리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친화'로는 나아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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