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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Oct 17. 2016

파란만장 좌충우돌 윈난 여행기-리장(丽江, 여강)(1)

6 - 리장고성(丽江古城, 여강고성)의 여기저기

   다리에서 리장까지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해서 버스를 타는 것보다 이 곳 고성에서 출발하는 사설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할 듯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중국 사설 여행사를 이용하게 된다.^^

   이번에는 가장 커 보이는 여행사에 들어가(사실 우리에게 친절했던 그 아줌마가 있던 여행사를 찾아가고 싶었으나 몸이 너무 힘들었고 찾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다.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 몇 시에 올 것인지... 친절하게도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를 알려주면 그곳으로 픽업하러 온단다. 1시에 우리가 묵는 숙소 앞으로 나와 있으면 된다고 했다. 우리 숙소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지도상으로 보여주면서 확인까지 하고 뿌듯하게 나왔더랬다.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에서 이른 점심까지 먹으며 픽업하러 올 차를 기다렸다. 시간이 다 되 가는데 차는 오지 않았다. 다시 악몽이 시작되는 것인가? 조금 불편하더라도(커다란 트렁크 3개와 배낭 1개, 각자 손가방 1개씩을 끌고서라도) 안전하게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탔어야 하는 것이었던가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전화를 걸어서 우린 기다리고 있는데 왜 데리러 안 오냐는 말만 반복했다. 확인하고 전화 준다는 말에 다시 전화를 기다렸는데 픽업 기사가 우리 숙소를 잘 모른다나... 그래서 그럼 너희들이 잘 아는 고성 앞에 가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감감무소식. 도대체 어디 있냐고 전화를 걸어보면 너희는 어디냐는 물음만 계속. 우리는 지금 1시간째 고성 앞 똑같은 장소에 있단 말이다. 약속한 1시는 벌써 지났고 2시도 넘었는데.... 아 놔 이거... 전날 빵차 예약을 했는데 다음 날 차가 안 와서 지불한 돈만 날렸다는 어떤 블로그에서 본 글이 마구 떠오르는 것이다. 차는 포기하고 어제 그 여행사로 쫓아가 봐야 하나..... 온갖 생각에 지쳐갈 때쯤 승합차가 하나 오더니 늦었다고 얼른 타란다.

   버스를 놓쳐 여행사에서 이 승합차를 보낸 것인가(승합차를 타고 리장까지 가나) 싶어 어디로 가나 온 신경을 다 집중하고 있는데 이 차, 리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신나게 달리는 거다. 아, 이것은 또 무슨 상황이더냐. 그렇게 신나게 달리던 차가 멈춰 선 곳에는 큰 버스가 2대 있었다. 각 사설 여행사에서 모집한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인 것 같았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그 버스로 옮겨 타란다. 뭐, 버스표나 영수증 같은 것도 없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 필요 없단다. 그냥 타면 된단다. 참으로 경이스러운 나라이다.^^ 좌석도 별로 남지 않아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 버스도 못 탈 번 했다. 어째, 우리는 한 번 이동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굿이라도 해야 할까 보다.


   그렇게 도착한 리장구청(丽江古城), 이번 윈난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이다. 중국인들도 가장 와 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가 바로 이 리장고성이란다.

   입구에서 내려 돌로 만들어진 옛길을 캐리어를 끌고 털털대며 갔더니 중간에 탁자를 놓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리를 불러 세운다. 아,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고성 관리기금을 내라는 것인가 보구나. 1인당 80원에 해당하는 고성 관리기금을 내야만 리장고성에 입장할 수 있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하지만 리장고성에 머물면서 느낀 점은 그 돈을 걷어서 이곳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그리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중국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최고의 화장실(화장실 칸마다 갖춰진 휴지와 냄새 방지를 위한 방향제, 손 씻고 닦을 수 있는 휴지까지 갖춰진)을 이 곳 리장고성에서 만났기 때문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성 내 화장실도 천차만별인 것 같다. 사촌 조카가 급히 찾아 들어간 화장실은 중국 고유의 화장실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화장실 문이 없는 개방형에 앞자리에 있는 사람의 그것이 내 밑으로 유유히 흘러가는)이어서 조카와 큰 딸이 무지 당황스러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이 표 하나를 끊으면 7일간 사용할 수 있다. 며칠 지나 보니 표 검사를 철저히 하기보다는 주로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나 밤에 입구 쪽에서만 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떳떳하게 다니는 것에 한 표!

고성관리기금 영수증. 나중에 관광지를 들어갈 때에도 이 표가 있는지 확인하는 곳도 있었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아름다운 곳이 이곳 리장고성이다.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들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 가게들이 저마다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작은 객잔들과 카페, 수공예품 가게, 음식점, 하루 종일 음악이 흘러나오는 젬배 가게 등. 어디에다 대고 사진을 찍어도 다 멋있는 곳, 이래서 중국인들도 다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구나 싶었다. 일부러 리장고성 내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다른 곳을 가는 일정을 많이 잡지 않았다. 이곳 자체를 구석구석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저녁은 리장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라파이구(腊排骨, 납배골)를 먹으러 갔다. 라파이구는 말린 돼지고기 훠궈이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고성 밖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른 시간에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들어가야 했다. 가게에는 말린 돼지갈비와 돼지다리가 벽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중국에 처음 온 사람들은 보는 것만 해도 반감이 들 풍경이나 우리는 이제 중국에 조금은 익숙해졌달까, 아님 원래 비위가 강해서랄까.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육수에 말린 고기와 선택해서 주문한 채소를 넣어 끓여 먹는 훠궈의 일종인데 염장을 해서 말렸는지 고기 자체는 매우 짰다. 꼭 채소와 함께 먹을 것. 사람들이 매우 많아서(우리가 들어가고 나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정신없는 상황임에도 점원들은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여러모로 신경을 써줬다. 함께 나온 들깻가루에 국물을 넣어 고기 찍어 먹는 소스를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고 육수가 모자라자 더 넣어주고. 국물은 조금 짠 순댓국 같았다. 중국 와서 오랜만에 마라탕이 아닌 따뜻한 국물을 먹게 되어 우리 가족 모두 만족했다. 특히나 큰 딸은 리장을 떠나기 전에 꼭 다시 한번 와서 먹고 싶다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


   저녁 식사 후 다시 고성 안으로 돌아와서 산책하다 발견한 예쁜 카페에서 아이들은 신선한 과일을 듬뿍 넣은 요거트, 나는 아메리카노를 디저트로 먹었다.

  

  리장고성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리고성과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큰길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점) 무엇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이 운행할 수 없는 탓에 훨씬 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리장 고성의 밤은 정말 아름답다. 다시 봐도 가슴 설레는 풍경들이다.


   아침을 먹으러 찾아간 N's Kitshen. 책에서 추천한 곳이라 지도를 보고 브런치 시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찾아갔더랬다. 사진 상으로는 별로 맛이 없어 보이는데 맛있게 잘 먹었던 곳이다. 브런치 4개에 애들 망고 셰이크 3잔까지 해서 170원으로 중국식 아침에 비하면 정말 비싼 가격이지만 가족 모두 만족한 아침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보고 싶었던 곳도 찾아보고 예쁜 물건이 있는 곳은 들어가서 선물도 사고 했다. 사진 마구 투척!!!

고성 안에 있던 소학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나왔던 나시 그림 문자 동파문자(東巴文字)가 그려져 있는 벽. 꼭 보고 싶었던 곳이라 여기저기 헤매면서 찾아냈다.^^ 그림 글자 너무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귀엽다. 그림을 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건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저걸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한다면 쓰는 사람의 그림 실력에 따라서 의미 전달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림 문자만 그려져 있는 게 아니라 벽화도 그려져 있어서 한참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곳이다.


   그림 문자를 봤으니 숙제를 끝낸 것 같아 그다음부터는 고성 내에 흐르는 개천을 따라서 발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개천이 흐르는 길가를 따라서 가게들도 있고 개천 옆 의자와 난간에 앉아 쉬는 사람들도 많고.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 한가운데서 자는 개(그놈의 여유로움에 길 가던 사람들 다 모여 구경했다)도 있고. 참 여유로운 풍경이다.


   이렇게 예쁘고 고즈넉한 골목길도 많고. 중국 문학인의 집도 보존되어 있어서 구경도 하고 나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발견한 리장고성 역사 문화 박물관.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라 전시품들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지만 리장고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곳이다. 무엇보다 리장고성의 현재 모습과 옛날의 모습을 사진으로 비교해서 전시해 놓은 것을 보면서 앞으로는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한 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리장고성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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