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샹그릴라(香格裏拉, 향격리랍), 푸다춰(普达措, 보달라)국가공원
이제 어느덧 여행의 막바지, 마지막 여정만 남겨두었다. 마지막 찾을 장소는 이름도 아름다운 샹그릴라(티베트어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 윈난성에 있는 티베트족 자치주이다. 고산지대에 펼쳐진 푸른 초원과 울창한 숲 그리고 호수. 그래서 지명도 영국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지상에 존재하는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유토피아인 샹그릴라. 원래는 중뎬(中甸)이란 이름을 1997년 중국 정부가 이 곳이 바로 샹그릴라라고 공식 발표하고는 지명을 바꿔버렸다는 사실을 알면 조금 실망스럽기 하지만... 고산지대에 펼쳐진 넓고 광활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은 그 사실마저 납득시키고 만다.
호도협에서 빠져나온 버스가 한참을 올라가자 버스 옆 차창으로 고산지대의 모습이 한눈에 드러났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휴게소 같은 건물들에 장식되어 있는 여러 색의 깃발이 이 곳이 티베트족 자치주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쑹짤린사(松赞林寺, 송찬림사-윈난에서 가장 크면서 티베트 불교의 특색을 잘 갖춘 곳)와 푸다춰(普达措, 보달라) 국가공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신랑을 제외한) 너무 많이 지쳤다. 또 청더(承德, 승덕) 여행을 통해 작은 포탈라 궁이라 불리는 보녕사(普寧寺)(https://brunch.co.kr/@seawave15/18)를 비롯하여 여러 티베트 사원들을 둘러봤다. 그래서 과감히 푸다춰 국가공원만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곳 한 곳만 둘러보는 데에도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다. 역시나 중국 공원들의 규모는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다. 이 곳에서도 표를 끊는데 여권이 필요했다. 아무 생각 없이 숙소에 여권을 두고 나왔는데 다행히도 핸드폰에 사진을 찍어둔 것이 있어 그걸 보여줬더니 통과시켜줬다.
공원 내에서의 이동은 버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버스가 공원 한 바퀴를 돌면서 중간중간 중요한 장소에 승객들을 내려 준다. 자유롭게 구경을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면 다른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버스에는 안내원이 있어서 가는 내내 뭐라고 설명을 해준다.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그저 소음에 불과했지만.... 처음 간 곳은 속도호. 호수라고 생각할 수 없는 크기의 호수다.
호수를 돌 수 있도록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있다. 그곳을 돌다 보면 초원, 늪지, 이름 모를 꽃, 작은 짐승들, 그리고 귀신의 집에 나올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나무들 다양한 볼거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도 한 바퀴를 돌려면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아서 사람에 치이며 걸어야 한다는 점은 비밀.
두 번째 버스에서 내린 곳은 삐타하이(벽탑해)이다. 이 곳도 엄청난 크기의 호수이다. 여기는 기괴한 모습의 나무들이 호수와 어우러져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결국은 걷기에 지친 우리는 호수를 가로질러가는 배를 탔다. 1인당 50원에 배표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역시나 중국 공원 내의 이동은 다양한 지출을 창출한다.
그러고도 또 한참을 걸어 공원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멋있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기 했다. 샹그릴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러나 우리는 이미 호도협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렇게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만약 호도협을 가지 않고 이곳으로 왔다면 내 기억 속에 깊이 남을 풍경들이었음이 분명하다.
여행 마무리에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우리가 샹그릴라 푸다춰 국가공원의 그 빼어난 절경보다 더 마음을 뺏겼던 것은 다름 아닌 한국식당의 삼겹살.
첫날 가서 먹은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 날 또 찾아가서 먹었다. 둘째 날에는 고산지대라 빵빵해져서 터지기 일보직전인 쉰 포장김치까지 챙겨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말이다. 역시 외국 나가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삼겹살이다. 이 아름다운 샹그릴라에 와서 삼겹살의 추억만 가득 안고 가다니 정말 비낭만적이지만.... 그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