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Y May 06. 2023

이혼이냐 아니냐 그 기로에 서서

ep.03 시댁에 내 편은 없었다.

어쩌면 푸념일 수도 어쩌면 지난 일을 다시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글일 수도 있는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놀란 마음과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까?

하는 고민에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

중립적인 마음으로 있었던 일들을 담백하게 담아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저의 감정은 배제하고 글을

써내려 가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서 마음을 다시

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감정을 빼고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써왔던 것처럼 일기 형식으로 저의 이야기를

다시 적어 보려고 합니다.



결혼을 하고 햇빛도 온기도 없는 시댁 단칸방에서 지내기란 쉽지 않았다. 마음의 온기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시어머님의 말과 행동에 매일 상처받았고 어떤 날은 차라리 여기서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임신한 나는 시댁에 사는 동안 먹고 싶은걸 한 번도 제때에 마음껏 먹어본 적이 없다.

아주 작은 상에 차려진 밥상은 늘 단출했고  남편의 퇴근에 맞춰 새로운 음식이 차려졌다. 경제활동을 하는 남편 중심의 밥상이었다. 친정엄마는 임신한 내가 잘 못 먹는 것이 걱정되어 한 번씩 반찬을 만들어 주었고 그것을 시댁에 가져와서 먹는데 시어머니는 친정엄마가 만들어준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치와 나물 한두 가지가 고작인 밥상에 친정에서 가져온 반찬들은 올리지 않기 일쑤였다. 그러면 내가 다시 꺼내와 먹곤 했는데 말 그대로 눈칫밥의 연속이었다. 워낙 알뜰한 성격의 시어머니는 남편 없는 밥상에 반찬이 여러 가지 올라와 있는 걸 싫어했고 부식비로 나가는 걸 아까워하시는 분이라 어떤 걸 차려내야 할지 몰랐고 내가 시어머님의 살림으로 뭔가 만드는 것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었다.


임신한 며느리에게 뭐 먹고 싶은 것이 있냐는 물음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결혼 전 신랑이 최고급 한우갈비를 찾던 게 생각났다. 아가씨가 임신을 했는데 갈비가 먹고 싶다고 해서 시어머님께서 좋은 갈비를 찾고 있으셨던 것

좋은 식재료를 사다가 임신한 딸에게 만들어 먹이고픈 엄마의 마음이겠지만 친정 엄마가 사드린 한우는 냉동실에 넣어두시고 몸에 좋지도 않은 것이라 말하던 시어머님이었기에 저런 행동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딸과 며느리는 다르구나라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초식이 최고의 영양식이라 생각하는 시어머니에게 고기도 라면도 최대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한 번은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기회를 엿보다가 집에 딸린 가게에 나가 있으신 동안 컵라면을 방에서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컵라면 하나를 먹기 위해 얼마나 눈치를 보았는지 어떻게 컵라면을 먹고 치웠는지를 떠올리면 내가 참 웃프다.

방에 냄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이웃집의 벽과 마주해 창문의 기능을 상실해 보이는 창문의 커튼뒤에 숨어 컵라면을 마시듯이 먹고 온몸으로 방에 남아 있는 냄새를 창밖으로 내보내려 했던 나의 몸짓

아.... 컵라면 하나도 내 맘대로 못 먹는 신세라니....

이런 나을 글을 보면 아니 그냥 나와서 컵라면 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왜 그것까지 눈치를 보고 저렇게 먹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시집와서 결혼생활이 어떤 것이지도 몰랐던 상태에서의 시댁살이, 시어머니는 내가 뭔가 본인 기준에 맞지 않는 이야기 할 것 같으면 먼저 더 큰소리로 아예 말도 못 꺼내게 하는 분이었다.

그 말투와 표정, 말의 내용까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위압감으로 나를 짓눌렀다.


그 모든 상황에서 남편의 방관자였고 시아버님은 어머님의 기에 눌려 말씀을 잃은 듯 보이는 무기력한 분이었다. 시댁에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혼이냐 아니냐 그 기로에 서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