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두바이에서 기회를 잡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만나다

by ParOn

두바이 발령 통보를 받던 날, 머릿속은 온통 업무 인수인계, 비자 준비, 현지 아파트 계약으로 가득했다. 골프는 그 목록의 맨 끝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별다른 계획 없이 — "일단 가서 알아보자"는 각오였다. 솔직히 계획을 세울 실력도 아니었다. 100타의 벽은커녕, 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완전한 백돌이였으니까. 아이언 7번 한 자루만 남기고 중고채를 전부 정리했다. 어차피 제대로 쓸 줄도 모르는 클럽들이었다.


부임 초반 석 달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랴, 런칭을 앞둔 신제품 준비로 주말도 없이 보내는 날이 많았다. 먼저 나와 있던 선배 주재원들은 매주 라운딩을 나갔지만, 나는 그림의 떡이었다.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백돌이가 주말 라운딩 멤버에 낀다는 건 민폐 그 자체였으니까. 괜히 자존심만 긁혔다.

그 씁쓸함이 오히려 동력이 됐다.


어느 정도 현지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연습을 시작하기로 했다. 연습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바이 크릭 골프장으로 정했다. 드라이빙 레인지와 숏게임 연습장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었다. 마침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 중이라 나 혼자 부임한 처지였다. 퇴근 후 텅 빈 아파트로 곧장 가는 것보다, 레인지에서 땀이나 흘리다 들어가는 편이 훨씬 나았다. 외로움이 연습의 파트너가 된 셈이었다.


문제는 레슨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거다. 아직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수준인데, 어디서부터 배워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인터넷 검색이었다. 뒤지다 찾아낸 게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레슨 영상 전편이었다. 세계적인 교습가의 레슨 영상 전편을 어렵게 구하게 되었다. 그립, 에이밍, 자세, 드라이버, 아이언, 숏게임, 퍼팅까지, 그리고 필드 상황별 대처까지 꼼꼼하게 담긴 영상이라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저녁에 영상을 보고, 다음 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그대로 따라 해보고, 스마트폰으로 내 스윙을 촬영해 영상 속 자세와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엔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도 몰랐고, 맞히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그립도 어색하고, 어드레스도 어색하고, 뭐 하나 자연스러운 게 없었다. 그래도 매일 갔다. 갈 데가 없기도 했고, 묘하게 재밌기도 했다.


3개월쯤 지나자 눈에 띄는 변화가 왔다. 공이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고, 가끔은 제대로 맞았을 때의 짜릿한 손맛이 전해졌다. 백돌이가 처음 느끼는 그 작은 쾌감 — 한번 맛보면 자꾸 다시 오고 싶어지는 그거다. 샷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나도 조금씩 되고 있구나"라는 소박한 확신이었다.


필드에 나갈 채도 갖춰야 했다. 현지 한국분이 운영하는 골프샵 그린 스포츠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왼손잡이 백돌이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원하던 스펙은 재고가 없었고, 결국 캘러웨이 입문자용 세트에 그라파이트 샤프트 조합으로 결정했다. 딱 내 수준에 맞는 장비였다. 사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 백돌이에게 중상급자 클럽은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


새 클럽을 손에 쥐고 레인지에 섰을 때, 괜히 더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착각이었지만, 그 착각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슬슬 필드에 나가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타를 깰 수도 있겠다는 자신도 있었고, 조금씩 맞아가는 샷을 필드에서도 맛보고 싶었다.


두바이의 뜨거운 사막 바람 아래, 내 골프는 그렇게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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