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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솔솔 Nov 25. 2021

맞벌이라서

나의 최선을 죄로 만들지 마세요

  내 딸의 주변 아이들을 보다 보면 유난히 어리광이 심하고 제 부모에게 함부로 하는 아이들이 종종 보인다. 자신의 억지 투정마저도 부모가 받아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마냥 부모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며 부정한 감정들을 토해내는 그런 아이들. 그런 아이에게 부모는 질질 끌려가듯 어쩔 줄을 몰라한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게 만드는 부정한 감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쟤는 왜 저럴까', '얼마나 오냐오냐 키웠으면, 쯧쯧' 이런 꼰대스러운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제 부모에게 무례한 아이는 부모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무례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나와 같이 그런 아이들이 보기 불편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하나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맞벌이 가정이며 그 맞벌이하는 현실을 아이에게 미안해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 그 이유이며 미안함의 크기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마저도 그저 함께하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투정과 어리광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 정도.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감정이 심각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부부 역시도 맞벌이 부부이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다. 나는 현실에 맞추어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바쁘게 일 하는 엄마인 내가 자랑스럽고 기특할 뿐이다.


 물론, 나 역시도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로 마중가지 못하고, 하교하는 아이를 집에서 간식을 준비해놓고 맞이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죄는 아니지 않나. 그렇지 못하기에 출근 전에 미리 아이가 오후에 혼자 꺼내 먹을 수 있도록 간식을 준비해놓고 일기예보를 미리 체크해서 우산을 챙겨 보낸다. 퇴근 후엔 아이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하고 숙제를 돕고 하루의 일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으므로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고 불행하지도 않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서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라 깊이니까.


 때문에 아이 역시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 역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가족을 위해 일을 하는 부모에게 감사하고 스스로 할 일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상인 것이다. 부모가 맞벌이하여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도 그것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님을 아이가 아는 것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충분한 사랑을 받기 때문이지만 그 사랑을 잘못 표현하는 부모가 많다는 부분이 안타깝다.


  스스로 낮추어 죄인이 되고 불행한 사람이 되는지, 불행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불행한 아이를 만드는 것인지 나로서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잘못된 면죄부를 주었던 적이 없는지 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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