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건 남이건 둘째 타령하는 말들을 때마다 오지랖도 풍년이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다복한 가정환경이 물론 좋은 건 알지만 요즘 시대가 어디 애 키우기 좋은 시대던가? 옛날처럼 낳아두면 알아서 자라는 시대냔 말이다. 키워주지도, 양육비를 보태주지도 않을 사람들이 남일이라고 참 쉽게들 말한다.
오지랖이 심한 어떤 사람은 내 딸을 붙잡고 "엄마한테 동생 낳아달라 그래."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 말로 극혐이 아닐 수 없는데, 그때마다 시크하기 그지없는 내 딸은 간결한 한마디를 남겼다. "난 동생 필요 없어. 엄마 아빠의 아기는 나 하나면 돼."라고. 외동으로 태어나 외동으로 온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딸은 그 사랑이 나누어질 동생을 원치 않았다. 덕분에 나는 "그렇다네요." 하며 무례함을 웃어넘길 수 있었는데 시댁 식구들에겐 좀 더 강한 처방이 필요했다.
저는 아이도 너무 사랑하지만, 그만큼 제 인생도 소중해요. 육아에 제 시간을 더 이상 소비하기 싫어요. 제 딸 하나로 저는 충분해요.
나의 생각을 들은 시어른들은 모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고, 시 할머님은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라고 말씀하셨으나 내가 답하기도 전에 아들 때문에 속을 많이 끓이셨던 시고모님이 "아들 있으면 뭐해. 딸이 최고야."라며 방어해주셨다. 그날 이후 난 아주 고집 센 며느리가 되어버렸으나, 더 이상 집안에서 둘째에 대한 왈가왈부를 듣지 않아도 되었으니 나의 한판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