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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Aug 11. 2024

여름 16, 아프리카 5 - 생명의 적응

붉은 사막 데드 블레이어와 세스림 협곡 투어(나미비아)

 아프리카 남서부(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는 5월에서 10월 건기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우리가 여행한 7월 중순은 아프리카 날씨치곤 밝고 온화하여 기대 밖의 여행의 운이 있는 것 같다.

 케이프타운에서 나미비아 국경까지 대략 750km이니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했다. 나미비아는 국토의 대부분이 나미브사막과 칼라하리 사막으로 이루어졌다.


 나미브는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이라는 뜻인데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나미브사막은 '나미브 모래바다(Namib Sand Sea)'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 10대 경관으로 선정되어 있다.


 남아공에서 북쪽으로 사막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도로는 구름 반 모래능선이 반이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은 지루할까 봐  길 가운데를 아프리카 소와 양이 지나간다.


 '이곳은 아프리카다. 동물들이 주인인 곳이다. 나미브 사막!'


 수도 빈트후크는 유럽의 작은 도시처럼 깔끔하고 쾌적하다.

 독일인들이 세웠다는 교회와 박물관을 잠시 들러보고 식료품을 살 수 있는 마트에 들러 먹을 음식과 간식을 사서 서둘러 사막으로 향했다.

 유럽 같았던 남아공 마트와 똑같았다.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오후 6시면 닫히는 나미브사막 세스림 캠핑장에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일한 캠프이다.


 내일 일출 시간에 맞춰서 소서스블레이에 입장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이곳에 텐트를 치는 수밖에 없다. 


 캠프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귀가 뾰족한 동물이 사막여우인 줄 알았는데 오릭스라고 한다.  

 오릭스들은 사람들 곁을 맴돌다가 재미 삼아 던져주는 과자나 소시지등을 맛있게 먹었다. 


 "와, 얌전한 것이 신기하네. 사람 먹는 걸 좋아하나 봐?"

 '하지만 슬픈 건  왜일까?'  


 공원에서 사람들이 주는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뚱뚱한 비둘기나 고양이들처럼 야성이 없는 듯 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해가 지고 어둠의 꼬리가 찾아오자 뜨거운 한낮과는 달리 갑자기 추워진다.

 

'큰일이다. 말로만 듣던 사막의 밤추위?'


 모두들 하나, 둘, 셋, ---반팔부터 긴소매, 잠바, 경량 패딩까지 가져온 옷을 모두 껴입는다.

 킬리만자로 산장에서 밤새 떨었던 추위가 생각났다. 그때 우비까지 7개 입었던 기억이 다시 덮친다.


  저 멀리 로지의 흐릿한 불빛에 재즈 연주소리까지 환상적인 밤하늘이다. 달빛마저 없으니 별들이 바닷가 모래알처럼 총총하다.

 우유니 사막의 경이로운 밤이 생각났다.


 '짭조름한 소금 바람이 피부에 스미며 눈물이 흐르던 --- '


 밤새 뒤척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먹는다. 추위에 떨어서인지 따뜻하고 달콤한 우리 커피가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모래바람 막을 옷을 입고 스카프를 챙겨 서둘렀다. 우리들과 달리 지인들은 아주 두꺼운 겨울 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일 년 내내 현격한 날씨변화에 잘  적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기온 변화에 무척 힘들어했다.

투어 트럭

 거대한 모래언덕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45로 향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tvn '꽃보다 청춘'에서 방영되어 유명해진 곳이다.
 세스림 캠프사이트에서 45km 떨어져 있어 듄 45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어두운 주차장에 부지런한 여행객들이 타고 온 모래먼지 가득한 지프차들이 꽤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지리산과 설악산 일출산행을 위해 새벽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과는 다르지만  조바심하며 설레는 표정은 비슷하다.


 6시 넘어 문이 열리자 모두들 입장권을 사고 작은 트럭을 타고 듄 입구에 내리면 모래언덕 너머 뻘건 여명이 밝아온다. 


 '아! 어느 사이 해가 솟았다! 빨리 뛰어 모래언덕에 먼저 도착해야 한다'

 앞쪽으로는 빅대디, 뒤로는 빅마마라고 불리는 모래언덕이 있는데 빅대디 쪽으로 갔다.


 여행자들은 한 줄로 서서 차례로 모래언덕을 오른다. 걷는 시간보다 사진 찍고 기다리며 시간이 더 걸린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앞사람이 밟은 자리를 따라 걸어도 걷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등산화인데 우리들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빠르게 걸으면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제자리걸음을 하기 십상이니 천천히 걸어야 한다.


 어두운 새벽인데도 모래가 머금은 열기가 뜨거웠다.  한낮에는 뜨거운 모래에 화상을 입기도 한다고 한다.


 바람이 없는데도 모래가 입안에 들어간 듯 씹힌다. 스카프를 눈만 빼고 꽁꽁 둘러맨다. 영화에서 본 사막의 사람들처럼.

소서스블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래산이다. 일출이 시작되면서

 

 '시뻘건 해와 시뻘건 사막, 그리고 검은색 그림자 세상이다!'

 '우와, 음영의 대조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니!'


 200m가 넘는 붉은 모래언덕이 핏빛과 검은색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광경을 만난다.


 붉은 모래 위에 바람의 흔적이 끝없는 무늬가 되어 해의 굴절에 따라 자주색, 주황색, 오렌지색, 진노랑색 등 다른 빛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언덕에서 비닐을 깔고 미끄럼을 따며 내려왔다.


 '아뿔싸, 온몸이 빨간 모래투성이! 즐거움은 잠깐.  몸 안까지 난리다. 그래도 일생일대의 경험 아닌가!'


 어느 사이 8시가 넘으니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듄 45 관람 후 인근의 데드블레이(Deadvlei)로 향한다.


 나미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데드블레이를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데드블레이는 죽은 모래언덕으로 둘러싸인  죽은+ 습지(Dead + Vlei )라는 뜻이다.


 거대한 모래언덕을 지나면, 눈앞에 말라죽은 나무들이 펼쳐진 신비한 공간이 나타난다.

 수백 년 전부터 바람이 불어 모래가 쌓이며 물길이 막히고,  습지의 물이 모두 증발하고 기존에 있던 나무들이 다 죽어갔다.

 말라버린 하얀 호수와 붉은 모래언덕과 죽은 나무만 남아 지금의 데드 블레이가 되었다고 한다.


 태양 빛을 받은 모래에 철 성분이 많아 땅이 온통 짙은 붉은색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구는 점점 붉게 변한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입이 절로 떡 벌어진다. 여행자들은 저마다 탄성을 내지르며 바빠지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과 붉은 사막,
하얗게 변해 갈라지는 땅,
검게 변하여 화석이 되어가는 아카시아 나무들
그리고
어울림'



 사람들은 진짜 나무들인지 확인하고 싶어 환호하며 뛰어간다. 

 자연보호를 위해 나무를 만지면  된다며 안내인들이 건성으로 주의를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듣지 않고 연신 사진을 찍었다


 죽은 나뭇가지에 새집이 있었다. 이러한 곳에서도 생명이 있었다.

 하늘에서 물을 기다리며 생존하고 있었다. 끈질긴 인내로 적응하며 회복하고 진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와, 대단한 생명의 힘!'

 모두들 하늘을 향하고 있지만 나 홀로 땅을 향하는 소신 있는 나무가 그 중심에 있었다.

 나 닮은 듯한  나무에 른 내 모습을 더해 사진을 찍어본다.


세스림 협곡

 캠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세스리엠 캐니언(세스림 협곡)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강의 침식과 퇴적 작용에 의해 생겨난 기묘한 지형이다.


  '나미비아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기도 하여 기대하였지만 다른 유명한 협곡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협곡 투어는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운이 좋으면 깊숙한 협곡에서 물이 흐르던 흔적을 구경할 수도 있다.

 주변에는 도마뱀과 각종 조류 등 동물과 작은 들꽃이 피어 구경할 수도 있다.


 신기하여 가까이 가려니 자연보호를 위해 건드리면 안 된다며 안내인들이 곳곳에 서서 불친절하게 제재를 한다.

 이런 사막에도 물이 있어 생명들이 살 수 있다니 경이롭고 감사했다.

달의 계곡

 안내인이 총길이 1km, 최대 높이 30m 규모의 협곡으로 칠레 아타카마 사막이나 볼리비아 라파스 근교에 자리한 달의 계곡’처럼 외계행성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전혀 비슷하지 않다. 내가 가본 볼리비아 달의 계곡은 규모가 크다. 주변의 도로보다 낮은 곳에 붉은 흙기둥이 수만 개가 오밀조밀하게 솟아있는 기암괴석이다.


 사막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세스림계곡은 규모가 작고  깊게 팬 협곡들이 사람의 늘어진 주름 같았다.


 오랜 세월 형성된 깎아지른 듯 높이 솟은 바위 사이를 걸어 들어가면 인간은 점점 작아진다.

 그랜드캐넌이나 장가계, 폐트라 등 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주하면 더욱 겸손해지며 경배하게 된다.

 어떤 과학도 예술도 저런 모습을 재현해내지 못할 거라는 자연의 위대함에 서늘해진다.

 붉은 여명으로 시작된 사막투어는
붉은 노을과 함께 끝났다.
산다는 것도 같으리라
협곡 너머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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