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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Nov 10. 2024

가을9,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길 9.

팜플로니아 연박의 즐거움

팜플로니아 입성ㅡ프랑스문

 새벽 4시부터 모두들 서두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먼 길 갈 시간이 바빠 조식을 포기하고 출발하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아니면 짐을 미리 챙겨 현관에 놓아두고  6시 시작하는 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순례길 마음이 바쁜가보다!'


  오늘은 호스텔에서 연박이라 여유가 있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11시 청소 시간까지 한국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모두 이곳 호스텔이 좋은데 한국 단체 순례자들이 많아 예약이 안되어 구시가지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로 간다고 한다.

 미리 가방 놓고 기다려야 한다며 앞으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숙소가 불안해서 여유 있게 사립 알베르게를 미리미리 예약해야겠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멈추어 아무 데나 자야지 했는데 이곳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숙소 걱정에 어두운 새벽 5시부터 바쁘게 걷는 것이 위험하고 여유가 없어서 싫다.


 숙소를 나서는데 한국인이 들어와 미리 체크인이 되는지 물어본다.

 어제는 수비리에서 새벽 5시 반에 출발하여 오전 11시 팜플로니아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체크인까지 기다려 겨우 잤다고 했다. 오늘 팜플로니아 시내 객실이 만실 이어서 이곳 호스텔 1인실을 60유로에 결제했다고 한다.

  나는 커튼이 있는 4인실 2박 조식포함에 44유로에 결제하였다. 결코 비씬 것이 아니었다.

팜플로니아  대성당

 팜플로니아 성당은 이곳을 대표하는 나바라 왕국의 엄청난 위세를 자랑한다.

 성당과 성곽은 천년의 스페인 나바라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버티어낸 위대한 건물이다.


 순례자 여권을 보여주면 입장료가 5유로에서 3유로로 할인된다. 성당 안 의자에 앉으니 집중이 잘 되어 생각이 많아진다. 성당 안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규모가 커서 내부와 종탑, 박물관까지 자세히 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화려하거나 규모가 큰 종교 시설을 보면 고생했을 사람들이 떠오른다.



 어제 못 간 팜플로니아 성곽을 둘러보고 프랑스문에서 사진을 찍었다.

 성의 높이나 규모를 보면 그 옛날 치열했던 세력 다툼을 짐작하게 된다.

투우장 앞 헤밍웨이 동상

 팜플로니아는 세계 3대 미친 축제와 (소몰이로 유명)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배경이 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도시이다.


구시가지 안에 대성당과 시청, 광장, 유명한 헤밍웨이 바, 투우장과 헤밍웨이 동상, 좁은 골목의 상점들까지 모두 모여있다.


 오늘도 헤밍웨이 바에는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헤밍웨이의 문학적 천재성은 나의 어릴적 우상이었다.

 소설의 많은 배경이 되었던 쿠바와 스페인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헤밍웨이 바

 그래서 20년 1월 중미 여행을 했었다. 그 여행의 제일 큰 이유는 쿠바와 헤밍웨이가 마지막머물던 집을 보고 싶어서였다.


 헤밍웨이는 팜플로니아 광장 바와 투우장 앞에, 쿠바에 똑같은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하몽이 맛있는 유명 바와 인기 기념품 가게
소들의 행진

 스페인을 대표하는 팜플로니아페르민 축제를 안내하는 플래카드와 기념품 가게에는 관광객들과 아이들로 북적였다.


 빨간색 망토와 모자들, 휘장, 여러 가지 모습의 소들이 재미있게 표현된 소품들이 시선을 끈다.


 흥분한 소가 거리를 휘젓고 흥분하며 쫓는 빨간 민속 복장의  팜플로니아 사람들 모습이 그려진다. 소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가 진짜 영웅대접을 받는 마초의 나라이다.


 사람들은 수백 년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골목의 바에서 숙성된 돼지고기인 하몽과 맛있는 스페인 맥주,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조개가 그려진 컵과 완주증을 들고 대성당 앞 광장에서 사진 찍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많이 피곤하지만
감격스러워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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