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테르가에서 비야투에르타까지
푸엔테 라 레이나는 작은 마을에 성당이 네 개나 된다. 새의 성모 마리아 상이 있는 산 페드로인포스 성당과 레이나(왕비의 다리)가 유명하다.
물살이 센 아르가 강을 건너는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해 11세기 산초 3세의 부인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어 주어서 왕비의 다리라 불린다.
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은 아치형의 아름다운 다리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나 조명을 켠 밤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포도밭과 올리브밭, 해바라기 밭이 드넓은 평원 가득이다. 포도가 수확철이 되어 굉장히 많이 매달려 있었다. 포도알이 아주 작은데 달아서 한 알 두 알 먹다 보니 한 송이를 다 먹었다. 돈도 안 내고 포도 서리를 한 것이다. 순례길에는 야생 산딸기와 블루베리, 무화과와 포도까지 많이 있는데 맛이 참 좋다.
공동묘지를 지나 오솔길을 걷다 보면 멀리 산등성이에 중세풍의 집들이 보였다. 시라우키인데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인상적이다.
올리브밭 사이 작은 길에 무인 판매대가 있었다. 깔끔하지 못해 그냥 지나쳤는데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못생긴 과일을 하나씩 집고 1유로를 바구니에 넣는다. 갑자기 멀쓱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모두 챙 넓은 모자, 얼굴 가리개, 화려한 등산복, 스틱, 선글라스, 큰 배낭은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여 가벼운 배낭을 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대부분 커다란 배낭을 메고 평상복을 입고 걷는다.
어제까지 순례자들의 1/4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오늘은 한국인을 한 명도 못 만났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는 노인들과 순례자들뿐이다.
큰 도로를 지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자갈길이 조심스럽다. 19km 정도 걸어 한국 여인이 운영하는 바가 있는 로르카에서 멈추려고 했는데 비야투에르타까지 24km를 걸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기 위해 30분 정도 푹 쉬지 않았으면 다리에 큰 무리가 될 뻔했다.
알베르게 사장님이 저녁 식사를 신청하겠느냐고 묻는다. 외진 마을이라 선택의 여지없이 순례자 정식을 먹겠다고 했다.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오늘 저녁 식사는 12유로이고 자기가 직접 만드는데 스페인 최고의 비건 빠에야와 아로스 콘 레체 등 멋진 요리가 나올 거라며 기대하라고 한다.
아, 그리고 이 알베르게는 이층 침대가 아닌 단층 침대이고 세면장이 있을 듯은 다 있는 일반 호텔 같았다.
저녁 식사시간은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 모두들 자기소개를 하고 박수를 치는 파티 분위기였다.
'비슷한 가격인데 주인의 진심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