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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Nov 16. 2024

가을 11, 세월아 네월아 산티아고길 11.

우테르가에서 비야투에르타까지

레이나(왕비의 다리)

푸엔테 라 레이나는 작은 마을에 성당이 네 개나 된다. 새의 성모 마리아 상이 있는 산 페드로인포스 성당과 레이나(왕비의 다리)가 유명하다.


밤의 환상적인 모습


 물살이 센 아르가 강을 건너는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해 11세기 산초 3세의 부인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어 주어서 왕비의 다리라 불린다.

 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은 아치형의 아름다운 다리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나 조명을 켠 밤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포도밭과 올리브밭, 해바라기 밭이 드넓은 평원 가득이다. 포도가 수확철이 되어 굉장히 많이 매달려 있었다.  포도알이 아주 작은데 달아서 한 알 두 알 먹다 보니 한 송이를 다 먹었다. 돈도 안 내고 포도 서리를 한 것이다. 순례길에는 야생 산딸기와 블루베리, 무화과와 포도까지 많이 있는데 맛이 참 좋다.


 공동묘지를 지나 오솔길을 걷다 보면 멀리 산등성이에 중세풍의 집들이 보였다. 시라우키인데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인상적이다.

 올리브밭 사이 작은 길에 무인 판매대가 있었다. 깔끔하지 못해 그냥 지나쳤는데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못생긴 과일을 하나씩 집고 1유로를 바구니에 넣는다. 갑자기 멀쓱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모두 챙 넓은 모자, 얼굴 가리개, 화려한 등산복, 스틱, 선글라스, 큰 배낭은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여 가벼운 배낭을 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대부분 커다란 배낭을 메고 평상복을 입고 걷는다.


 어제까지 순례자들의 1/4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오늘은 한국인을 한 명도 못 만났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는 노인들과 순례자들뿐이다.


 큰 도로를 지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자갈길이 조심스럽다. 19km 정도 걸어 한국 여인이 운영하는 바가 있는 로르카에서 멈추려고 했는데 비야투에르타까지 24km를 걸었다.

 중간에 점심을 먹기 위해 30분 정도 푹 쉬지 않았으면 다리에 큰 무리가 될 뻔했다.


오늘의 순례자 정식-스위트 칠리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빠에야


 알베르게 사장님이 저녁 식사를 신청하겠느냐고 묻는다. 외진 마을이라 선택의 여지없이 순례자 정식을 먹겠다고 했다.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오늘 저녁 식사는 12유로이고 자기가 직접 만드는데 스페인 최고의 비건 빠에야와 아로스 콘 레체 등 멋진 요리가 나올 거라며 기대하라고 한다.


  아, 그리고 이 알베르게는 이층 침대가 아닌 단층 침대이고 세면장이 있을 듯은 다 있는 일반 호텔 같았다.

 저녁 식사시간은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 모두들 자기소개를 하고 박수를 치는 파티 분위기였다. 


 '비슷한 가격인데 주인의 진심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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