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만드는 개발자, 어디에 속해야 할까?

Design-First Software Engineering 시리즈 1탄

by 오유나
이 글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술 뉴스레터이자 팟캐스트인 Pragmatic Engineer의 에피소드 Design-First Software Engineering 을 바탕으로, 실무 AI 엔지니어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글입니다. 팟캐스트에서 다룬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현업에서 겪은 고민과 소회를 함께 나눕니다.


경계 위에 선 개발자, 그리고 감각을 설계하는 사람

"사람들은 나를 진짜 엔지니어로 보지 않았어요. 디자이너로도 보지 않았고요." – Craft 창업자, Balint Orosz

디자인 중심의 엔지니어, 혹은 사용자 경험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개발자는 종종 애매한 위치에 놓입니다.

성과가 숫자로 잘 보이지 않고, 조직 안에서 ‘정체성의 틈’에 놓이게 되죠.


진짜 엔지니어도, 디자이너도 아닌 사람

Balint는 인터뷰 초반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엔지니어들도, 디자이너들도 나를 완전히 자기 편으로 여기진 않았어요."

그의 작업은 백엔드의 대규모 스케일링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집착한 건 ‘버튼 클릭 반응이 10ms가 아니라 2ms로 줄어드는 것’, 툴바가 사라질 때 모든 요소가 동시에, 같은 곡선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들으며 저는, AI 모델의 정확도를 1% 높이는 일보다,

결과가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도달하는지가 실제 서비스에서 훨씬 더 중요했던 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런 일은 잘 ‘성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중간 지대’에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고, Balint 역시 그렇게 말합니다.

"존중은 받지만, 인정받지 못한다."

그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코드로 만든 감각,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다

백엔드 성과는 수치로 증명하기 쉽습니다. “서버 비용 20억 절감”, “처리량 10배 증가” 같은 지표가 있죠.

반면, UI/UX의 개선은 이런 식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느낌이 좋아졌어요.”, “반응이 빨라요.” 같은 정성적인 피드백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프론트엔드는 조직의 뒷순서로 밀리고, 디자이너는 의견을 내지만 구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Balint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합니다.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말이 아니라 프로토타입이 필요해요. 손에 쥐고 직접 만져볼 수 있어야 하죠.”

그는 Skyscanner 재직 당시에도 작동하는 앱을 만들어 CEO에게 직접 사용해보게 했다고 말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이런 앱, 우리도 만들 수 있겠다”는 공감이 생겼다는 것이죠.


AI 엔지니어로서 나의 경험 – v0.dev

저 역시 같은 방식의 전환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v0.dev를 통해, 머릿속에 떠오른 UI 아이디어를 바로 구현해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줬습니다.

시안이나 설명만으로는 힘이 없었지만, 작동하는 버튼과 흐름을 손에 쥐여주자 반응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전엔 “좋은 아이디어네요”였던 제안이, 이제는 “이거, 언제부터 적용할 수 있죠?”로 바뀌었습니다.


기능보다 감각을, 정의보다 동작을, 문서보다 경험을 앞세우는 설득.

디자인 중심 개발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 할까?

이 에피소드를 듣고,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의 기술 선택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가?

지금 내가 만드는 제품은 어떤 감각을 남기고 있는가?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내가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


다음 편에서는 Craft가 선택한 Local-first 구조와,

3~4명의 팀이 수백만 유저의 앱을 설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려 합니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
이전 06화AI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