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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이 May 13. 2024

태국 선거현장 (2)

아침 7시부터 뜨거운 현장. 태국에서 마주친 사람들

https://brunch.co.kr/@atworld/4

태국 선거현장 1편


2023.5.14. 일요일 태국 총선일.


수십 개의 나라에서 온 국제선거참관단 150여 명은 오전 7시 10분 호텔로비에서 집결했다.

밖에서는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이마부터 땀이 줄줄 났다.


첫 번째 방문한 투표소. 태국 국영방송사 사무실 인근에 있었다. 투표소가 모두 야외에 있다!

지붕이 없는 곳도 있어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투표를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투표개시는 오전 8시!

투표개시 시간에 맞춰 유권자들이 많이 오셔서 금세 줄이 생겼다.


이번 선거는 500명의 하원의원을 뽑는 것.

정당에 투표, 후보자에 투표하는 두 종류로, 투표용지도 두장, 투표함도 두 개씩 있었다.

투표장 앞 게시판에는 후보자, 정당에 대한 안내문이 선거 캐릭터와 함께 잘 게시되어 있었다.

유권자들은 우선 투표소 입구 게시판 앞에서 유권자 명부를 보고 본인의 투표소를 찾는다. 한 장소에 칸막이로 여러 투표소가 나뉘어있었다. 처음 방문한 투표소에는 옥외에 6개의 투표소가 나란히 있었다.

투표소마다 경찰 1인은 의무적으로 배치가 된다. 진짜 총과 총알을 차고 있다.

두 번째로 간  투표소

‘파툼타니’라는 방콕 외곽 지역이었다.

좁은 도로 양옆으로 깔린 연못들과 야자수 사이 흙길을 달려 달려 도착했다.

주민센터투표소라고 해서 센터 내에 투표소가 있는가 했더니 여기도 주민센터 건물 공터 야외에 투표소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잠시 지역선관위 직원의 브리핑이 있었다.

이 주민센터에는 혀 빼물고 낮잠 자는 대형댕댕이와 미야옹하는 냥이가 상주하고 있었다.

맨발로 투표하러 오신 유권자. 하지만 아무도 그가 맨발인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투표소 요원들이 투표용지는 용지책에서 점선 따라 뜯어서 배부하는데 남은 면적에는 유권자가 사인을 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투표용지를 배부할 때 투표소직원이 용지책에서 뜯어 종이접기 하듯 접어서 유권자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그건 기표 후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제출할 때 유권자가 접어야 하는 모양과 똑같이 접어준 것이었다. 투표함 사이즈에 맞춘 모양이었고 용품관리, 물류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거 뭐 종이접기도 아니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했는데 생각보다 용지를 그 자리에서 뜯어서 접어서 배부하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는 것도 아니었고, 유권자가 실수 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돕는 적절한 시각지원이라고 생각했다.

밖을 따로 활보할 시간은 전혀 없었고, 차 타고 가면서 찍은 거리의 후보자포스터

후보자 번호옆에 기표 표시(X)가 되어있는데 넛지(Nudge) 효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노린 듯하다.


한국은 한때 이런 식의 포스터를 금지했다가 규제를 풀었다고 들었다.

사표 방지에는 효과적인 시각적 지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논타부리'라는 지역 유치원-초등학교 투표소를 가보니 인근에는 미스터도넛 피자헛 서브웨이 맥도널드 등이 모두 모여있었다.

투표 종료되는 오후 5시 거의 다 되어 들린 마지막 투표소.

처음으로 실내에 있는 투표소를 갔다.

태국은 투표소에서 개표를 진행하며, 한 투표소 최대 유권자 배정은   정도라 한다.

오후 다섯 시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용 게시판을 철거하고 개표용 게시판으로 뚝딱뚝딱 변신


숙련된 투표소요원들이 거대스테이플러로 뽑고 박고 해서 착착 개표준비를 한다. 행여 다섯 시는 넘었지만 투표소 내 대기줄이 있다면 투표는 하게 해준다고 한다. 이 부분은 국가들마다 차이가 있다.


개표 역시 두 부분으로 나눠 정당투표, 후보자투표용으로 진행한다.

다만 수기로 결과표시하는 요원은 한 명이라 번갈아가면서 한쪽씩 개표를 진행한다. 개표요원이 기표된 정당/후보자 번호를 부르면 기입요원이 해당칸에 빗금을 긋는 식. 한 칸에 다섯 개 빗금이 최대치이다. 50번 정도 개표하는 것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태국어 숫자를 배워벌임. 중국어와 비슷하기도 하고 한국어랑 비슷한 부분도 있고.


개표요원이 참관단들에 일일이 기표된 투표용지를 펼쳐서 확인시켜 준다.

정당에서 온 참관인은  두 명 있었다.


하루종일 투표소를 다니고서는 태국정부청사 안 1-9층을 쓰고 있는 태국 선거위원회에도 방문했다.

태국 선관위 1층 한편에 있는 국왕 초상화

태국은 이렇게 어디를 가나 국왕이나 그 패밀리들의 사진이나 초상화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투표소단위 개표집계에는 태국에서 많이 쓰는 소셜미디어인 라인도 이용된다고 한다!

개표현황 모니터링하는 미디어센터도 견학하고.

하루동안 방콕, 파툼타니, 논타부리 지역 투표소를 돌아보고 호텔로 돌아오니 밤 9시.


선거 전 여론발표와는 달리 젊은 층이 이끄는 전진(move forward)당의 승리를 볼 수 있었다.

그 당대표가 하바드출신이며 태국 그랩 부대표도 맡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는 되지 못했지만.


태국이 트랜스젠더의 성지라더라는 말은 예전부터 들었는데, 정말 LGBTQ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G. 또는 레이디보이들.


그리고 그들에게 아무도 달리 시선을 주지 않는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내 생애 처음 선착장에서 게이 커플을 보았다. 왼쪽귀 한쪽에만 링 귀걸이를 하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듯한 풋풋한(?) 연인의 느낌이 나는 젊은 남성들. 선착장 직원은 "사똔!! 사똔"!!이라고 외치면 선착장임을 알려주고, 남남 커플, 남녀커플, 출장자들, 서양인 가족, 서양인 노부부, 현지인들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북적북적 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아무도 게이커플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을 보았다.


신선한 것은 TV 예능에서도 꽃머리핀을 잔뜩 꽂은 남학생이 나오고,  마치 다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여러 TV 프로그램이 나오듯, 여러 성 (Gender)이 자연스럽게 태국 방송 속에 나오고 있었다. 보느라 바빠 사진은 없었는데, 태국판 아형(아는 형님)+봉숭아 학당 섞어놓은 것 같은 예능이었는데, 배우들이 모두 교복을 입고 나오는 예능이었다. 전형적인 남학생, 여학생, 머리에 꽃 달린 똑딱 핀을 양 가르마 위로 각 4-5개씩 꽂고 나온 남학생의 모습을 한 사람들도 나오고. 예전 한국 교실처럼 여학생 둘이 교실에서 의자에 검은 고무줄 묶어놓고 고무줄 놀이 하는 장면도 나오고.


태국에 왜 동성애가 많은가 하는 글들을 검색해 보면, 어떤 연구결과가 있다기보다는, 불교적 사상이 지배하는 나라이기에, 나와 다른 정체를 색안경을 끼고 보기보다는 그저 업보다라고 보는 의식. 출입구가 같은 골목 동네에서 마치 개미굴처럼 동네가 형성되어 있는데, 지역/지리적 특성상 같은 골목이라도 같은 개미굴(?) 구역 내의 아이들끼리 어울려 노는데, 남자아이수가 압도적인 곳에서는 여자아이도 남자아이와 같은 정체성을, 여자아이수가 압도적인 곳에서는 남자아이도 여자아이와 같은 정체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글도 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신빙성은.. 외형적으로 잠시 그럴 수는 있지만 정체성조차 바뀌게 되는 건 잘 와닿지 않긴 한다)


성 정체를 떠나 사람들의 모습도 다채로운 편이었다.

선거일 유권자들의 패션을 보는 재미도 약간은 있었다.

온 몸 문신남, 플라워프린트원피스를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피부가 너무 좋은 한 부인, 귀여운 티셔츠를 입은 아가씨가 한 투표소 안에 모두 있었고.


두 번째 방문했던 곳에서는 맨발로 투표소에 달려온 한 남성 유권자, 앞치마를 두른 채 달려온 남성 유권자들을 보았다. 역시 그들에게 아무도 다른 시선을 주지 않았다.

관광이 발달한 도시라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이에 서로 별 시선을 주지 않는것 같다는 현지인의 말이 수긍이 갔다. '다채롭다'는 말이 태국에 어울린다. 다양한 인종, 남녀노소, 다양한 성별이 한 자리에 모여있고, 도심 풍경도 독특한 것이 한 자리에 극과 극의 빈부가 공존하고. 극과 극의 전통과 현대의 모습이 함께 있었다.

시내교통의 요충지라고 할수있는 곳. 여기서 지상철인 사판탁신역 지하철 정거장도 있고,

대중교통처럼 타고 다니는 태국 배의 환승정거장인 사똔 역도 있다. 건너편 초럭셔리 쇼핑몰 아이콘시암과 탁신역 뒷편에는 낮잠자고있던 커다란 개 두마리와 구걸하는 사람 남루한 가판대가 모두 한 구역에 있다.


#태국 #태국선거 #워킹맘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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