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오늘 가이드는 가우디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계속 찌뿌둥한 아침을 맞이했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5시만 되면 졸음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나이트 근무 때도 꼭 저 시간만 되면 몰려오는 졸음을 참기가 참 힘들었었다. 이제는 벌써 오래전 일인듯한 추억에 잠깐 빠졌다 깨어나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원래는 숙소로 캐리어가 배달 됐겠지만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층수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주소를 제대로 적지 못했고, 결국 캐리어를 찾으러 공항까지 갔다. 다시 만난 캐리어가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빠르게 숙소에 가져다 놓은 후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 가이드는 가우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했다. 오래된 성당에, 가우디에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눈으로 직접 보는 순간 깨달았다. 웅장함과 경이로움이 몽글몽글 피어났고 탄생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를 거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의 설계를 받아 제작된 구엘공원에 도착하자 옹기종기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예뻐 이렇게 뒤에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특이한 벤치는 몸의 곡선을 따라 디자인 됐는데, 사람들이 더 편하게 쉴 수 있길 바란 가우디의 마음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여행객들의 휴식처가 된 벤치를 보면 가우디는 어떨까.
왠지 장난감 같은 도마뱀은 색에 맞춰 타일을 쪼개 붙인 모습이 단순한 듯 정교했다.
파도를 닮은 돌 터널을 걸으며 가우디가 전해준 울림을 가슴속에 새겼다. 이때부터였나, 이제 막 시작된 여행이 벌써부터 나의 세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파리의 공항을 뛰어다니던 그때부터였던지도. 아니 어쩌면 스페인으로 가야겠다 마음먹었던 그때부터였던지도.
바르셀로나에 간다면 곳곳에 있는 가우디의 작품을 따라 여행해보길 꼭 추천한다. 여행의 끝에는 마치 가우디와 대화하며 길을 걸었던 것 같은 내적 친밀감까지 생길 것이다.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해질녘을 즐기기 위해 벙커로 향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올라갔는데 때마침 지고 있던 해가 하늘을 물들이는 광경이 왠지 세상의 끝에 서있는 듯했다.
해가 지던 그 시간, 처음 보았던 이 이질적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내가 생각난다.
호프만의 크로아상을 먹으며 개선문에서 까사 밀라, 까사 바트요를 지났다. 불 켜진 까사 바트요는 마치 마녀의성인듯한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길을 걷는 중간중간 마주친 하늘과 건물, 사람들이 너무 예뻐 보여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나의 바람을 가득 담은 사진들은 사진첩 속에서 그때의 설렘과 추억을 붙잡아두고 꺼내어 볼때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