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웨어 변천사
인터넷에 폴댄스를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폴댄스 의상은 타 운동에 비해 노출이 심한 편이다. 팔, 다리, 복부의 맨 살이 드러나는 의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흡사 비키니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또 조금만 찾아보면 알겠지만 의상에 노출이 있는 이유는 예뻐 보여서, 몸 선을 드러내기 위해서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 ‘폴에 매달리기 위해서’이다.
폴댄스는 살이 폴에 닿으면서 생기는 마찰력을 이용한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대부분의 폴웨어(폴댄스 의상)에 노출이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 조금만 더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것이, 폴댄스에서 노출이 ‘필수’냐고 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반 옷을 입고도 마찰력이 생기는 특수한 폴도 있고 폴과의 마찰력을 만들어 주는 폴댄스 전용 레깅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출에 대해 거부감이 심한 사람이라도 폴댄스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더불어 폴댄스 기술 중 낮은 레벨의 것들은 옆구리의 마찰력을 이용하지 않고 주로 오금이나 허벅지, 양 무릎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입는 반팔, 반바지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그렇긴 해도 특수한 폴이나 폴댄스 전용 레깅스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노출이 있는 폴웨어를 입는 것이 더 일반적이고 나 역시 그러고 있으니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이 낮은 레벨의 기술은 평범한 반팔, 반바지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일일체험을 하러 갔을 때 나와 내 짝꿍 둘 다 편한 면소재의 반팔, 반바지를 챙겨갔다. 그리고 함께 수업을 듣던 대다수의 회원분들도 우리와 비슷한 복장이었고 반팔 대신 브라탑을 입거나 민소매를 입거나 면소재의 반바지가 아닌 청 재질의 반바지를 입거나 등의 베리에이션이 있었다. 그리고 소수의 회원분들은 강사님처럼 제대로 된 폴웨어를 입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폴댄스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당시 내가 들을 수업의 시간보다 꽤나 일찍 학원에 도착해서 전 시간의 수업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지금도 좋아한다). 보통 내가 듣는 왕초보 레벨보다 높은 레벨의 수업이 앞서 진행됐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배울 기술들을 미리 눈으로 익히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높은 레벨에서는 등이나 복부나 옆구리 마찰을 이용하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다 폴웨어를 입고 있어서 다양한 폴웨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중요한 건 이런 환경이다. 선생님들도 수강생들도 다 폴웨어를 입고 있으면 나중엔 이게 노출이 있는 건지 아닌지 하는 생각 자체가 사라진다. 왕초보에서 한 단계만 높은 레벨의 수업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팔, 반바지에서 벗어나 제대로 폴웨어를 갖추고 있다. 폴웨어를 입는 것이 당연한 환경에 놓이면, 옆구리 마찰력을 이용해야 하니까, 라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냥 폴웨어를 슬슬 찾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빨리 예쁜 폴웨어를 입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복부가 어느 정도 가려지는 상의에서 브라탑으로 넘어갈 때 큰 용기가 필요했고, 하이웨이스트 하의에서 배꼽이 보이는 하이웨이스트가 아닌 하의로 넘어갈 때 또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폴댄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의상을 보면 그런 변화가 보인다. 처음에는 반팔, 반바지로 시작하였지만 겨드랑이 쪽 마찰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민소매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민소매가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민소매를 세탁하는 날에 브라탑을 입기 시작했는데 이때 조금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걸 아는데도 배가 휑하니 뭔가 부끄러웠나 보다.
왕초보에서 한 단계 높은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폴팬츠를 구입하였는데 이 때도 조금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리 봐도 운동복보다는 비키니 하의라고 생각되어서 그랬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것도 시작할 때뿐이다.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어색할 것도 없더라! 그렇게 브라탑과 폴팬츠를 갖춘 뒤로는 반팔, 반바지로 돌아가지 않았다.
처음 산 폴팬츠는 배꼽을 가리는 밑위가 긴 스타일이었다. 그다음 구입한 것은 커버 사진에 있는 폴웨어로 보다시피 배꼽이 드러난다. 별생각 없이 허리에 선이 들어가는 게 이뻐서 산 팬츠였는데 사고 처음 입었을 때 배꼽이 낯설어서 아주 조금 용기가 필요했다...
어쨌든 폴웨어에 익숙해지는 것은 금방이다. 모두가 폴웨어를 입고 있는 환경, 여성전용 공간(아닌 학원도 있다), 다양한 몸매의 강사님들과 수강생들, 무엇보다 아무도 몸매 평가 따위 하지 않는 환경!
폴댄스라는 운동이 너무 좋아서 강사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폴댄스를 해봤으면 좋겠는 마음이 아주 크다. 하지만 폴댄스는 내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듯한데, 그중 하나가 의상 때문인 것 같다고 친구가 말해준 적이 있다. 혹시 의상 때문에 폴댄스가 망설여지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이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에는 여름에 입고 외출하는 반팔, 반바지로 시작하여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폴웨어를 구입하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