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만 만나자
브런치의 '딸그림아빠글'작가님의 글 중 "바른길로 같으면 좋겠다"(https://brunch.co.kr/@685cc1cc752d4bd/266)는 글에는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점점 어렵고, 사람을 의지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내용이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유독 그 작가님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대부분 겪는 일이고 느끼는 생각일 것이다. 나 역시 살면서 불편한 경험들을 해왔기에 공감이 갔다.
한국에서의 인간관계는 학연, 지연 등 거의 비슷한 생각의 지인들로 맺어질 수 있다. 나름대로 지인들의 백그라운드를 알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은 생길 수도 있지만 황당한 상황이 매번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민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살아온 방식과 생각이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다. 이민사회 특성상 그들을 처음부터 배척하거나 선별해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함께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그들과 서로 어울리면서 내가 살아온 방식과 생각대로 대하다가는 난처할 때가 많다. 또한 어떤 식의 황당한 상황이 생기게 될지 예측이 안된다. 물론 이민 생활에서도 학연과 동향사람들끼리의 모임도 있지만 한국만큼 친구들 사이가 허심탄회하기는 쉽지 않다. 이민을 온 배경, 목적 혹은 경제 사정에 따라 모두가 다른 입장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알고 지내던 남자가 구바씨를 불러서 "당신 와이프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 그리는 그림을 봐도 그렇고.. 비를 좋아한다고 하다니... 미친 사람이다. " 라며 심각하게 조언을 했다. 그 남자는 구바씨보다 몇 살 위여서 그의 아내와 함께 우리 부부는 때때로 어울려 식사도 하고 나름대로 담소를 나누던 사이었다. 구바씨가 황당하고 기막혀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라님도 못 말리는 구바씨 성질에 쌍욕이 오가는 상황까지 되었다. 서로 간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의 황당스럽고 무식한 조언(?)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었다. (그래서... 미친 아내 데리고 사는 구바씨한테 어쩌라는 말인지..ㅉㅉ 그 이후로 비를 좋아한다는 말을 극히 삼가고 있다ㅠㅠ.
(이미지 : 미드저니/노바)
우리들의 인간관계에서 우리 자신이 끊어도 전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우리는 그것을 '서랍정리'라고 불렀다). 즉 다시 말하면, 내가 연락을 안 해서 상대방도 연락을 안 한다면 그 사람은 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연락을 하지 않았을 때 궁금해하며 안부라도 물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만나면 불편한 사람들을 첫 번째로 정리했다. 굳이 만나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만큼 우리가 성인군자는 아니다. 그리고 5년 이상 알았던 지인들 중에서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관계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연락을 멈추었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생활에서 이기심은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이기심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보편적인 악이기도 하다.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르고...결과는 허탈했다.
하지만 자동 서랍정리가 되었다.
(이미지 : 미드저니/노바)
극히 개인적인 선택 방법이긴 하지만 서랍정리에 의해 새로운 맞춤형 서랍이 만들어졌다. 직업도 나이도 생각도 다르긴 하지만 몇몇 진정한 친구라는 새로운 서랍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서로를 배려할 줄 알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사람으로서 어떤 인성과 상식을 가져야 하는지 잘 아는 친구들이다. 젊었을 때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오만스러운 착한 증후군에 빠져 있었다. 나 혼자는 절대로 안 되는 일인데 오만스러운 착각 속에서 허우적 됐었다. 남은 것은 마음의 상처뿐이다. 이제는 선별(?)된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을 만나면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 함께 하는 그 시간 자체가 행복한 순간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지향하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좋은 에너지를 서로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