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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대원군 Sep 01. 2020

친절함과 단호함 사이 경계선 긋기

새학기 학급경영

교직에 첫 발을 들이면 누구나 좋은 선생님을 꿈꾸게 됩니다.

여기서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일까요? 아마 대부분 선생님들은 아래 단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친절함, 단호함


항상 친절하지만 단호할 땐 또 단호하게 규칙을 적용하는 선생님은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바라는 교사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친절해야 하고 또 어디까지 단호해야 할지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책이나 각종 연수를 듣는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오직 교직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친절함과 단호함에는 그 경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정 행동까지는 교사가 친절함을 보일 수 있으나 그 선을 넘어서면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반 아이가 수업 중에 아이들을 웃기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이 수업과 관련된 주제였다면 같이 웃으며 친절하게 응대해줍니다만 수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일 때는 저조차 웃음이 나오더라도 단호하게 잘못된 행동임을 이야기해줍니다. 수업 중 제 말을 끊고 학생이 질문을 했을 때 수업과 관련 있는 질문이라면 친절하게 답을 해주지만 수업과 관련이 없는 질문이라면 단호하게 답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그은 선은 ‘수업에 관련 있는가’입니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입니다.


생활지도도 단 하나의 기준으로 단호함과 친절함의 영역을 구분합니다.


 ‘이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가’


교실에서 한 학생이 쉬는 시간에 리코더를 불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참 평화로운 행동이지만 저는 이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리코더를 불면 다른 사람이 시끄러울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주는 행동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의자를 뒤로 젖혀 아슬아슬하게 앉아있습니다. 보통 선생님들은 ‘바르게 앉아’라고 지적을 하겠지만 저는 이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다고 판단을 하기에 오히려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선생님도 항상 그렇게 의자를 뒤로 까닥까닥하며 앉는 편인데 우찬이도 선생님과 습관이 비슷하네? 근데 그러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습관을 선생님과 함께 고쳐보자.“


어느 날 한 무리의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말싸움을 하고 있어 왜 싸우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여학생이 씩씩거리며 남학생들이 복도에서 레슬링을 하길래 하지 말라고 말했더니 남학생들이 화를 냈다는 것입니다. 저는 남학생들에게 어디서 어떻게 놀았는지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남학생들은 복도 구석에서 자기들끼리 신나게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학생들에게 이 남학생들이 남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 되물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반은 복도 맨 끝의 반이었고 남학생들이 놀고 있는 구역은 누구의 통행도 방해하지 않은 구석진 곳이었기 때문에 딱히 피해를 줄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남학생들에게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얼마든지 놀아도 됩니다. 다만 혹시나 위험하게 놀다 다칠 경우는 선생님과 부모님을 마음 아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작은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선생님은 원칙에 따라 금지시킬 수밖에 없으니 조심해서 놀기 바랍니다.“


위와 같이 단순한 몇 개의 기준만 잡아도 친절하게 말할지, 아니면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할지 그 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학기 초에는 세세한 기준보다 큰 틀만 잡고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세세한 틀은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차근차근 세워나가면 됩니다.


다음은 제가 학기 초에 적용하는 기준입니다. 이는 정답이 아니므로 선생님의 철학에 맞는 기준을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수업에 관련된 말인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인가?
교사에 대한 학생의 친밀감 있는 표현이 예의를 벗어나진 않는가?
충분히 학생 스스로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습관처럼 선생님께 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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