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대원군 Sep 02. 2020

단호한 교사 되기

-새 학기 학급경영

학급경영이 힘들어 주변 동료 선생님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았을 때


“선생님~너무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 얘기만 전적으로 들어주지 말고 좀 더 무섭게 해 보세요.”

아마 단호하지 못한 교사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조언입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 앞에 서면 어떻게 해야 무서운 교사가 될 수 있는지 막막합니다. 무섭게 하려고 일부러 웃음이 나오는데도 웃음을 참아야 하는 건지, 화가 나지 않아도 일부러라도 화를 내야만 하는 건지 어렵기만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선생님은 무뚝뚝하고 무섭게 말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규칙을 칼같이 적용하는 단호한 선생님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하고 명확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단호하게 느껴지며 이는 학기 초에 적용했을 때 이미지 메이킹이 확실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학기 초인 3월은 학급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학기 초에 단호한 교사가 될 기회가 잘 찾아오지 않습니다. 3월은 선생님뿐 아니라 아이들도 긴장을 하기 때문에 쉽게 본색(?)을 드러내지 않아 특성 파악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 올해 아이들은 참 착하네’라고 생각하며 선생님도 긴장의 끈을 풀게 되며 5월이 지난 뒤 본색을 드러내는 아이들로 인해 학급경영은 힘들어지게 됩니다.

저는 학기 초에 일부러 아이들에게 피구를 시켜줍니다. 학기 초라 긴장하며 생활하던 아이들도 피구 한 게임만 하면 경계를 풀기 때문입니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 화를 쉽게 내는 아이, 친구들을 비난하는 아이, 소극적인 아이 등등 피구 한 게임만 해보면 다양한 아이들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체육시간에 피구나 축구를 할 때 꼭 공을 잡을 때마다 자신에게 패스를 해달라며 “패스! 패스!‘를 외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을 빼앗겼을 때 비난하고 탓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도 축구를 별로 해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공만 잡으면 패스를 하기 바빴습니다. 혹여 실수했을 때 왜 패스를 안했냐는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축구하는 내내 공만 잡으면 패스만 했고 이런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시는 체육선생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이후 축구는 물론 체육시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피구를 시켜보시면 분명 이런 상황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누가 공만 잡으면 자신에게 패스해달라고 소리치는 학생들, 누가 실수하면 탓하는 학생들 등 주위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는 학생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꼭 화를 내지 않더라도 웃으면서도 계속 주변에 부담을 주는 학생들도 있는데 학기 초에 이러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몇몇 목소리 큰 학생들 뒤에는 대다수의 양보와 희생정신이 뛰어나고 규칙을 잘 지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 이러한 상황을 바로 잡아주고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학생들의 선생님을 향한 신뢰도는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가 센 아이들만이 가진 체육시간의 주도권을 선생님이 가지고 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기 초 피구를 시켜주기 전에 교실에서 제가 경험한 중학교 때 체육시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모두가 즐겁기 위해 하는 활동에서 남에게 부담을 주거나 비난을 하는 행동은 잘못되었음을 명확하게 인지시켜주고 선생님은 체육시간으로서 놀이를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으로 놀이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인성교육이기 때문에 친구를 비난하거나 패스를 외치는 등 남에게 부담을 주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경고를 줄 것이며 경고를 3번 받은 학생은 5분간 ’ 생각의 공간‘에 가야 한다는 규칙을 공지합니다. 선생님 근처의 한 구역을 생각의 공간으로 설정하고 5분 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한 후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규칙입니다.

(*간혹 퇴장에 대해 우려하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만 스포츠에서 반칙을 하면 퇴장당하는 것처럼 하나의 룰로서 아이들을 이해시키면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사소한 비난이나 패스 소리 등을 절대 그냥 흘리지 마시고 단호하게 경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놀랍게도 학기 초에 이 규칙을 적용하면 비난을 습관적으로 하던 학생들이 어느샌가 못하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고 체육이나 놀이를 안 좋아하던 학생들이 공을 많이 잡아보게 되면서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이런 상황을 바로 잡아준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피구뿐 아니라 학기 초에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지도하신다면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학급경영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추진력의 원동력은 선생님의 카리스마에서 나오며 대다수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의 높은 신뢰를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친절함과 단호함 사이 경계선 긋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