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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대원군 Sep 03. 2020

꼭 필요한 학급 규칙만 만들기

-새 학기 학급경영

 

학기 초에 규칙을 학생들과 함께 정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규칙을 만드는 과정부터 모든 학생이 참여하기 때문에 민주적이기도 하고 공평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아이들과 처음부터 규칙을 정하면 폭력을 하지 않기, 욕하지 않기, 복도에서 뛰지 않기 등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들만 나열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꼭 지켜야 할 규칙들은 선생님이 단호하게 제시해주고 그 외 필요한 규칙들, 예를 들어 급식 먹는 순서나 1인 1역을 바꾸는 방법 등에 대해서만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학기 초 필수적으로 단호하게 지도해야 할 규칙들입니다.          


                            

<학기 초 필수적으로 단호하게 지도해야 할 규칙들>


1) 수업 준비: 오늘 수업할 교과서들을 책상 서랍에 넣기


2) 수업 중:  발표나 질문을 할 때 조용히 손만 들고 있기


3) 수업 외:  신체폭력, 언어폭력은 이유 불문하고 금지




1. 수업 준비: 오늘 수업할 교과서들을 책상 서랍에 넣기     


보통 교과서를 책상 위에 꺼내 오늘 배울 내용을 펼치는 것까지 규칙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건 몇몇 굉장히 모범적인 학생을 제외하곤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화장실에 가거나 친구와 수다를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학생들에게 “다음 시간에 배울 교과서를 꺼내기 위해 오늘 시간표를 확인하고 저번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해서 이번 시간에 배울 부분을 펼치라”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아이들이 열중하는 수업에는 법칙이 있다 ‘를 저술한 무코야마 요이치는 수업의 원칙 중 한 가지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한 번 一 時 에 한 가지 一事를 지시하라     

한 번에 한 가지 지시만 했을 때는 전체의 80%를 넘는 아이들이 이를 수행하지만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지시를 했을 경우 30% 이하로 급격하게 성취도가 낮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전원이 제대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지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음 시간에 배울 교과서를 꺼내 오늘 배울 내용을 펼치는 것은 한 번에 세 가지를 지시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결국 흐지부지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오늘 수업할 교과서들을 아침 시간에 책상 서랍에 넣어놓는 것까지만 규칙으로 정한다면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내실 있는 약속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랍에 오늘 배울 교과서를 넣어놓는 것만으로도 수업을 정상적인 시간에 시작하기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기 초에는 아침에 항상 칠판에 ’ 오늘 배울 교과서를 서랍에 넣기‘라고 적어두어 아이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며 수업이 시작했을 때 모둠별로 준비 상태를 확인하여 잘 준비가 된 모둠을 칭찬해주거나 모둠 점수를 주는 식으로 운영을 해도 좋습니다.
     

2. 수업 중: 수업 중 발표나 질문을 할 때 조용히 손만 들고 있기     


이 규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용히‘입니다. ’조용히‘를 강조하지 않으면 계속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나 바로 질문을 얘기하는 식으로 수업을 방해하게 됩니다. 이 규칙을 설명하기 전에는 아래와 같이 멘트를 합니다.     

”자유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을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권리이며 조금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자유가 아니라 폭력입니다. 폭력이라는 것은 남을 때리거나 욕을 하는 행동뿐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어떤 행동도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윗 층에서 쿵쿵 뛰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 모두 한 번쯤 있죠? 윗 층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집에서 행동했기 때문에 자유라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아래층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이는 자유가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에 해당됩니다. 모두가 조용히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하는 수업시간에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이 있다고 소리 내어 선생님을 부르는 행동은 과연 자유일까요? 아니면 폭력일까요? “     


이처럼 학기 초부터 자유의 의미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시켜주면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트러블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잘못을 인정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자유의 의미를 학생들 스스로 깨닫게 하면, 수업 속 발표시간뿐만 아니라 수업 외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기도 매우 수월해집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뛰어다니거나 레슬링을 하는 학생, 악기를 부는 학생이나 복도를 뛰어다니는 학생에게 ”그러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 행동들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문제행동교정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3. 수업 외: 신체폭력, 언어폭력은 이유 불문하고 금지     


이 규칙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해야 할 단어는 ’ 이유불문‘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신체폭력이나 언어폭력을 했을 때 왜 그랬는지 이유를 먼저 들어주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일단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하는 행동임은 알고 있으나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잘못한 점을 지적했을 때 다시 핑계를 대며 자신의 사정만 이야기하거나 일단 알겠다고 하고 다시금 잘못을 되풀이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필자는 아래와 같이 멘트를 합니다.      


”남에게 신체적으로나 언어적으로 폭력을 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잘못된 행동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은 이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습니다. 실수든 고의든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했고 선생님이 이를 지적했다면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억울한 사연이 있어도 어쨌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무조건 남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세상 어느 것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만약 잘못은 했지만 바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선생님은 그 용기에 대해서는 큰 칭찬을 할 것이고 피해를 받은 학생에게 사과까지 스스로 한다면 더 이상 선생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     


물론 이 멘트를 한다고 해서 마법같이 아이들이 잘못을 했을 때 바로 인정하지는 않습니다만 지속적으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정을 들어주는 것보다 이 멘트를 해준다면 생각보다 금방 잘못을 인정하는 학생들이 많아집니다. 아이들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 변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 혼날까 봐 두려워서 ‘이며 두렵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늘어놓으며 방어기제를 발휘하게 됩니다. 하지만 잘못을 했을 때 인정을 한다고 해서 큰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었을 때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를 풀고 잘못을 인정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됩니다.      


 위에 제시한 3가지 규칙만 단호하게 지도해도 충분히 좋은 학급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학기 초부터 너무 많은 규칙을 만드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아이들도 하나하나 다 인지하기 힘들지만 선생님도 이 많은 규칙들을 기억하고 일관적으로 적용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호한 교사의 필수 조건은 일관적인 규칙 적용이기 때문에 일단 필수적으로 중요한 것들부터 확실하게 인지시키고 일관적으로 단호하게 적용한 뒤 차근차근 세부적인 규칙들을 마련하고 적용해도 시간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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