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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는살림 Oct 18. 2023

도전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꿈을 포기할 용기

나에게 선택지는 딱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마음먹어야 겨우 그것을 손에 쥘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그것을 '간절함'이라고 포장했다. 승무원이 되어야겠다 마음먹고 1년 뒤, 혹은 2년 뒤, 늦더라도 유니폼을 입을 거라 상상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 했던가. 마음만은 이미 그 회사의 직원이었다. 


승무원이 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 좋았다. 서류면접을 통과하고 처음으로 본 면접에서 1차 합격을 했다. '그래 이거지! 이렇게 비행을 시작하게 되는구나' 들뜬 마음으로 2차 면접을 보고 결과는 불합격. 처음이니까, 또 기회가 있으니까 애써 마음을 다독인다음 두 번째, 세 번째 도전을 계속했다. 지금생각해 보니 달콤했던 첫 시작 때문에 포기하는 게 더 어려웠다. 


'바람'의 기도가 '원망'의 기도가 된 지 오래. 신이 나에게 '넌 승무원이 될 거야' 약속해 준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맡긴 물건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신에게 매달렸었다. 마치 이 일이 아니면 가야 할 길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준비한 지 1년 정도가 지나고 26살. 그래도 취업시장에 내 나이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2X도 합격하는 경우가 있나요?'이 질문을 검색하며 시들어가는 가능성에 물을 주었다. '합격하는 경우 있어요! 제 동기 중에 있더라고요'라는 답변으로 희망을 갖다가, '사실상 힘들죠. 다른 길을 찾아보세요'라는 답변을 보면 시무룩해졌다. 


갈림길에 섰다. 더 도전할 것인가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 준비하는 내내 들었던, 플랜비를 만들어놓으라는 선배들의 말이 와닿지 않았다. 하나에 몰두해서 노력하는 것도 벅찬데 출구전략을 짜놓으라고?! 그렇게 앞만 보고 가다가 벽을 만난 것이다. 


26살 겨울. 지치기도 했고, 확률의 거의 '0'에 가까운 그야말로 기적을 꿈꿔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잃어 애매한 마음으로 도전을 그만뒀다. 그러면서도 내심 '이 경력이 항공사에 입사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1년 뒤, 다시 도전을 했다가 결혼을 하고 도전이 중단'되어'졌다. 


젊은 날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서 항공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에 나는 되지 못했다. 끝까지 도전할 열정이 부족했다고, 더 했으면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쉬움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확실하지 않은 꿈과 내 젊음을 저울질해 보니 다른 가능성을 내려놓을 정도로 꿈을 쥐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다. 그제야 선배들이 플랜비를 만들어놓으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열정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면접에서 기적처럼 합격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때 도전을 멈춤 것을, 아니 타의로 도전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오히려 나에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내 손으로 그만두지 못했기 때문에 도전을 멈출만한 상황이 왔을지도 모른다며 괜히 의미부여도 해본다. 그렇다고 승무원이 되는 것이 처음부터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고 싶다. 그냥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라고 다독일 수밖에. 


본전생각이 난다. 학원비와 메이크업 비용, 어울리는 면접복장을 찾겠다고 구입했던 블라우스들, 승무원 지원용 사진이라며 일반 증명사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주고 찍었던 서류전형용 사진, 면접을 볼 때마다 지불했던 헤어&메이크업 비용, 나중엔 돈 좀 아끼겠다며 셀프로 하겠다고 구입했던 화장품들. 이것들만 생각해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어려웠다는 말이 맞을까.


꿈을 포기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쌓아놨던 것들을 포기하는 용기, 어쩌면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용기(실은 잘못된 선택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포기할 용기가 있어야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길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으니까. 손에 꽉 쥔 것을 내려놓아야 다른 것을 쥘 수 있는 것처럼. 



만약 친한 후배가 수십 번 본 면접에서 계속해서 불합격을 받았다면,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것을 도전하려고 한다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 후배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도전에도 유통기한이 있어.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하지만 유통기한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감히 용기를 내서 다른 길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힘들면 연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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