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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감 Aug 05. 2022

휴가

올해 1월에 휴가를 나오고 나서 약 6개월 만에 두 번째 휴가를 나왔다. 5월 초에 나오고 싶었지만 미뤄지고 미뤄져서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다. 큰 훈련들도 있었고 업무지가 한창 바쁠 때여서 도저히 오뉴월에는 휴가를 나갈 수 없었다. 6개월이나 휴가를 나가지 못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중간중간 외출과 외박을 나갔다 온 덕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지난달에 생활관 동기, 후임들과 외박을 나갔던 것은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 7명이서 다 같이 외박을 나가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그 하룻밤을 즐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오랫동안 못 나간 만큼 두 번째 휴가는 길게 써도 괜찮겠다 싶어서 만박(15일)을 썼다. 사실 처음 종합할 때 '만박은 조금 무리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남들보다 휴가를 더 벌긴 했지만 이번에 이렇게 길게 써버리면 남은 기간 동안 휴가가 모자랄까 봐 그랬다. 고민하던 내게 만박은 무척 긴 세월처럼 느껴질 거라고 13일을 나갔다 온 선임이 말해줬다. 솔깃했다. 그래, 6개월이나 이곳에서 보냈으니 느긋하게 쉬다 오자. 그리고 거침없이 종합해서 행보관님께 보고 드렸다.


이번 휴가의 모토는 ‘휴식이었다. 집에 오래 눌어붙어있으면서 실컷 먹고  자고 뒹굴거리며 유튜브나 보고. 그러다  번씩 사람이 고프면 친구들과 연락해 술도 마시고. 술을 먹으러 대구를 벗어나 서면에 한번, 기장에 한번 다녀왔다. 순전히 술을 위한 여행.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공기 다른 분위기에서 마시는 술은 더 잘 들어가는 것 같다(사실 비슷하다). 서면은 거리가 예뻤고 음식이 맛있었다. 기장은 바다가 좋았고 공기가 좋았다. 대구에 사는 나는 바다가  귀하다.


대구에서도 술을 자주 먹었다. 친구들은 ‘휴가 나왔으니 한번 봐야지’ 하면서 약속을 잡았다. 내 덕에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나게 됐다면서. 그들은 직장생활에, 수험생활에 바쁘니깐 이런 ‘구실’로 가끔 만난다고 했다.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으쓱했다. ‘오랜만에 내가 나왔는데 다 모여야지!’ 같은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이다.


덥지도 않고 바람도 잔잔히 부는 밤이면 편의점에서 소주  병을 사서 벤치에 앉아 마시기도 했다. 낮의 더위가 거짓인  사라지고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선선함만이 남아있었다. 잔도 없이 병만 맞대고 조금씩 조금씩 비워나갔다.


선임의 말대로 2주라는 시간은 굉장히 길었다. 첫 주를 보내고 나서도 아직 한 주가 더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 시간이 남아도는 것 같았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 것 같은 기분. 밖에 오래 있었는데 슬슬 복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복귀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아쉽고 울적했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을 때 먹고 가족들을 친구들을 제약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일상을 복귀하면 누릴 수 없다는 게 서글펐다. 얼른 전역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복귀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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