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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Apr 21. 2022

게으른 J가 책을 쓰는 방법

게으른 제이

mbti,  번을   봐도 'j'.

계획적이고 체계적이고 정리도 잘하고 매사 착착 깔끔하다는...


갸웃한 부분이 있지만 맞나 싶기도 하다.

시험공부를 시작할래도 달력을 보며 계획을 세우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고,

책을 펼칠래도 책상이 어지럽혀 있어 정리를 먼저 시작하곤 했다.


지금도 이 글을 쓴답시고 책상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한데 모아 밀어놓은 상태다.

그래, '밀어놓은' 상태라는  사실 나의 정체다.



나는 게으른 'j'다.

계획을 세우되 두루뭉술한 편이고 그 계획마저 타이트하지 않다. 

타이트한 계획에 스트레스받느니 느슨하게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는 걸 선호한다. 

다만 그 겉에 널찍한 울타리를 칠 뿐이다.


책을 쓰는 것도 그렇다. 두루뭉술해도 울타리는 필요했다. 무턱대고 시작할  있을 리 만무했다.


아무리 게을러도 'j'는 'j'였다.





책을 쓰려면...

책을 구상하고

원고를 쓰고

정돈하고 제안서를 쓰고

출판사를 알아보고

투고하고

기다리고

계약을 해야 했다.


나의 일정은 '계약'에서 끝이 나는 걸로 한다.


그다음은 나보다는 그들의 일정에 맞춰질 테니 그 이전까지만 내 계획대로 밟아 나가면 될 뿐이었다.






장강명 작가님의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쓸 수 있는 정도의 공력이면 책을 써도 된다고 했다. 

그래, 내 목표는 그것으로 한다.


구상하고 원고를 쓰는 데에 4개월을 잡았다. 

너무 길어지면 루즈해지고, 너무 짧아서는 조급해질지 모른다.


그걸 월별로, 주별로 대략 나눴다. 매일로까지는 나눌 수 없다. 나는 매일 같은 텐션을 유지할 수 없을 테니..

어느 날은 조금 많이 쓸 것이고 어느 날은 한 자도 못 쓰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대략적인 속도만 맞추면 될 뿐이다.

 

혼자 하는 '책 쓰기'의 최대 장점이다. 쫓기듯 하지 않고 나의 속도로 가면 된다는 것.

조금 느려도 상관없다. 끝까지만 가면 되는 일이다.




게으른 'j'에게 빡쎈 일정이란 없다. 중간중간 쉬는 기간도 잡는다. 

심지어 '주 5일제', 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현대인이니까.


생각할 시간 없이 달리기만 하는 건 영 적성에 맞지 않는다.


책상 옆 작은 탁상달력에 매 월 할 일들을 적었다.


쓰고, 쓰고, 쓰고, 쓰는 3,4,5,6월

제안서 쓰며 쉬고...

두드리는 8월

미팅하고 계약하는 9월


...



게으른 j의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연필로 적은 계획은 슥슥 지우고 다음칸에 다시 적으면 된다.







뭐든 '시작'을 잘 하지 않는다.

새로운 일에 겁부터 집어먹는다.

한걸음 내딛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려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뒤로 갔다 앞으로 가길 반복한다.


그럼에도 게으른 'j'에게는 끝이 있다.

조금 천천히, 느릴지언정 결과를 눈에 담는다. 착실하고 부지런한 'j'는 아닐지라도 게으른 'j'는 책을 완성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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