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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Apr 08. 2022

그저 쓰는 일

기록은 책이 된다

그냥 쓰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나에겐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블.로.그.


시작한 지 몇 개월 되진 않았지만 어디든 출근하고픈 마음에 일처럼, 일대신 해왔던 블로그였기에 이미 쌓여있는 정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서없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청소를 하고는 싶지만 안방부터 할지, 욕실부터 할지 영 갈피를 못 잡고는 소파에 한참 앉아만 있는 모양새였다. 하고는 싶었지만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당장 몸을 일으켜 세탁기 전원이라도 눌러야 할 때였다.


그때 세탁기 전원을 누르고 일어나게 드는 온라인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좋아하던 브런치 작가님의 전자책 프로젝트였다. 군대에서 갓 제대한 듯 세상 물정 모르던 아줌마도 누군가의 팬이었다. 글로써 사람을 좋아하고 마는 이 '아줌마'는 또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의 글에 매료되었다.


'우와, 전자책이라는 것도 있구나... 멋지다..'


책이라 하면 본디 손에 잡히는 적당한 무게감과 종이를 넘기는 감각, 특유의 잉크 냄새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전자책'이라는 건 너무나 신선한 대상이었다. 게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단다. 그럼..나도?


두근두근.


'나는 못 해' 와 '하고 싶다'의 적당한 줄다리기는 한참 이어졌다. 나에게 쓰는 지출엔 몹시도 박했던 그 시절의 쪼그라붙어 있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걸음을 내디뎌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그곳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는 나에게 충분했다.


꽤나 절절한 고민 끝에 겨우 시작한 만큼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었다. 한마디 한마디 귀하지 않은 가르침이 없었고 커리는 탄탄하다 못해 훌륭했다. 블로그의 많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가다듬고 다시 써내려갔다. 그저 온 감각을 집중하여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었다. 오랜 기간 소파에 앉아 있기만 했던 덕에 엉덩이 힘은 충분했다. 그저 쓰면 그만이었다.



...


전자책이 완성되었다.



무언가를 '완성'하고 '생산'해 낸 게 얼마만인지 모른다.

결혼 출산 육아의 쓰리쿠션을 겪으며 스스로 계속 흐릿해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동안 서서히 캐스퍼가 되어가던 '아줌마'는 작은 성공으로 다시 제 색을 찾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생산해냈다는 기쁨과 만족감은 그 어느 것과도 바꾸기 어려웠다. 그 흥분감은 뇌에 작용해 굉장한 엔도르핀을 쏟아냈다.


'맞아, 난 무언가 해야 하는 사람이었지...'



단단한 자신감의 씨드를 장착했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건 이제 내 몫이었다.


준비를 마친 기분, 이제 정말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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