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깊은 꿈에 당신이 월담해요.
늪의 밀도처럼 끈끈한 꿈
당신이 따가운 문장으로 적힌 그 꿈의 대본.
찢긴 페이지 사이로 도망쳐 나와
마른 손바닥에 그 애틋한 월담을 필사해요.
당신의 큰 눈, 그 속에 비치는 햇볕의 연못, 잘게 스치는 입술의 마찰과
살갗에 덮인 향기의 토양, 실핏줄의 무늬.
겨울을 건너서
저 깊은 곳에 있던 기온이 뭍으로 올라오는 계절에
꽃의 장마가 저물어가는 날씨에
당신은 나를 월담하고
나는 그런 당신을 기다리고.
서덕준, 애틋한 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