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이번에는 뿔논병아리에 대한 좀 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뿔논병아리의 이동에 대해 살펴보겠다.
뿔논병아리 Great Crested Grebe / Podiceps cristatus (Linnaeus, 1758) 1등급
1등급이면 아주 흔한 새라는 뜻이다. 하지만 뿔논병아리는 과거에 흔한 새가 아니었다. 15년 전부터 점점 개체수가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웬만한 하천, 호수, 바다에 가면 볼 수 있는 새가 되었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과학은 명확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으면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심증적으로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명확한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여름에 호수에서 번식하는 뿔논병아리는 여름 철새일까? 그럼 겨울에 보이는 뿔논병아리는 뭘까? 그건 겨울 철새일까? 그럼 둘을 합치면 텃새인가? 새들 중에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질문의 답은 모두가 정답이다. 이걸 설명하려면 지도가 필요하다.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번식도 하고 월동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북쪽에서도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뿔논병아리는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우리나라 북쪽에서 번식한 뿔논병아리도 겨울이 되면 남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 장소가 우리나라가 될 수도 있다. 겨울에 뿔논병아리가 보이는 이유는 북쪽에서 내려온 새들일 것이다.
겨울에 동해안에 가 보면 바다에서 많은 뿔논병아리를 볼 수 있다.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을 때는 수천 마리가 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북에서 내려온 새들일 것으로 추청 된다.
가까이에서 보면 이렇지만 먼바다까지 확인해 보면 이렇다.
물론 검은 점 모두가 뿔논병아리는 아니다. 갈매기류가 섞여 있다. 필드스코프로 확인해 보면 상당수가 뿔논병아리다.
이들이 왜 바다에 있는 것일까? 보통 민물에 있는 새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경향성은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들은 단순한 서식지 선택이 아니라 먹이를 따라 움직인다. 겨울철 육지의 민물은 온도가 낮아지면 얼어버린다. 잠수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뿔논병아리는 물이 얼면 먹이 활동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바다는 얘기가 다르다. 바다는 얼지 않는다. 그럼 먹이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니 뿔논병아리가 바다를 찾는 것이다.
경포호를 온전한 민물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수시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0월이면 염도가 높은 경포호가 얼었을 리 만무하다. 그럼 얼마든지 먹이 활동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경포호가 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 추워지면 경포호도 언다. 그럼 뿔논병아리들은 더 남쪽으로 이동하던가 바다로 나간다.
보통 바다는 광활하여 별다른 위험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높은 파도도 문제지만 잠수하는 새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인간으로부터 기인한다. 바다에 나가면 이상하리만치 시커먼 기름이 있다.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바다에서 사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엔진 오일로 추정되는 검은 기름은 배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양은 얼마되지 않지만 항상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끈적한 검은 기름과 잠수를 위해 온몸이 기름으로 감싸여 있는 물새의 깃털은 기가 막힌 궁합으로 엉겨 붙는다.
기름으로 엉겨 붙은 깃털은 서로 뭉치게 되어 잠수를 해야 하는 새들의 깃털 본연의 기능인 방수에 취약해진다. 깃털이 뭉친 틈 사이로 찬 바닷물이 들어가면 피부는 동상에 걸리고 동상으로 인해 괴사 된 피부는 심각한 부상을 초례한다. 이는 새들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런 피해는 뿔논병아리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바다에 사는 대부분의 새들이 피해를 얻는다. 대표적인 해양성 물새인 아비류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는 일이다.
이렇게 기름에 오염된 새들은 대부분 죽는다. 겨울철 동해안 탐조를 갔을 때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새를 구조해 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해 봤지만 날아다니는 새를 잡아서 치료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구조된 새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빠진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잡을 수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영양 공급이다.
우리도 비싸서 못 먹는 회를 사서 먹였더니 큰회색머리아비는 먹지를 못하였다. 입을 벌리고 강제 급식을 시도하였고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었다고 판단한 후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보냈는데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은 새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는 수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새의 상태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만큼 상태가 안 좋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