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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환 Oct 05. 2020

03. 새를 보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처음 새를 보게 된 이유가 있다. 새는 다른 생물과 달리 묘한 매력이 있고 그 매력에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새를 봤던 외국은 새보는 사람을 Birdwatcher와 Birder이라는 2가지 용어로 부른다. 2가지 명칭에 대한 정확한 구분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수준의 정의는 있다.     


    Birdwatcher는 단순히 새 보는 것을 즐기거나 새의 아름다움을 찾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새 보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탐조 활동뿐만 아니라 탐조 여행 자체를 즐긴다. 새를 보는 여행이란 대부분 복잡한 도시가 아닌 야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행 자체의 매력도 있다.     


    Birder는 단순히 새를 보는 것을 넘어서 새를 공부하려는 행동까지 포함된다. 이들은 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신이 몇 종의 새를 봤는지에 열광한다. 따라서 종 리스트나 조류 동정에 필요한 다양한 공부에 빠져들고 새들을 보호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보통 시작은 Birdwatcher로 시작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Birder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새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은 취미의 3요소라고 하는 기록 경신(Record breaking), 능력 향상(Skill up), 자랑(pride)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탐조는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너무 흔하지도 귀하지도 않으며, 충분히 자랑할 만한 그런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색다른 용어가 하나 등장한다. Aviphilia는 새를 뜻하는 Aves와 사랑한다는 Loving을 합친 용어로 단순히 새를 보는 것을 넘어 새에게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살짝 미친 사람을 의미한다. Aviphilia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새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어디든 간다. 갈매기류를 보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해변의 새를 보기 위해 오물더미를 방문한다. 악취는 중요하지 않다.

일 년 내내 새를 보는 것을 즐긴다. 혹한과 폭염은 나를 어쩌지 못한다.

거칠고 굳은 날씨가 탐조 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모기, 무는 파리, 독이 있는 덩굴, 그리고 다른 자연적 위험은 나의 탐조 열정을 식히지 못한다.

탐조를 위해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많은 새를 본다.

가능한 한 빨리 문을 나서야 하기 때문에 때론 개인의 위생을 희생한다.

새롭게 보는 모든 새와 새롭게 목격하는 신기한 행동들에 대해 열광하고 목격한 사실을 남들에게 자랑 삼아 설명한다.

뜰에 새 먹이통이나 새 목욕탕을 설치하며, 살고 있는 집에 새를 유인할 수 있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다.     


    난 이미 많은 Aviphilia를 알고 있고 나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새를 보는 사람들의 극성은 정평이 나 있다.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 할 수 없는 독특함은 오직 새만이 가지는 특성일지도 모른다. 새는 언제 어디로 날아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새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다른 어떤 생물보다 떨어진다. 볼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이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이런 독특한 행동은 미국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미국에는 새 보는 사람들이 평생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의 대회가 있다. 일명 ‘빅 이어’라는 것이다. 이 대회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얼마나 많은 새를 관찰했는지를 겨루는 대회이다. 이 대회를 소재로 만들어진 ‘빅 이어’는 영화뿐만 아니라 책으로도 출판되어 탐조가 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핵발전소의 프로그래머인 36살의 이혼남 브래드(잭 블랙)는 ‘빅 이어’에 우승하여 세계 최고의 탐조가를 꿈꾸고 있었고, 탐조에 미쳐 가정마저 희생해온 지붕 수리 도급업자 케니(오웬 윌슨)는 2003년에 수립한 본인의 732종의 탐조 기록을 지켜내고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목표다. 대기업 사장인 스튜(스티브 마틴)는 더 늦기 전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빅 이어’를 해보고 싶어 회사를 은퇴한다.      


    이처럼 각자의 목표를 갖고 새를 찾아다니던 세 사람은 오리건 주 쿠스만에서 처음 만난다. ‘빅 이어’ 참가 사실을 숨긴 채 서로 신경전을 펼치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엄청난 폭풍의 맞바람 때문에 이동 중인 수많은 새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조류 낙진이 예고된다. 이에 세 사람은 우승을 확신하면서 낙진이 발생할 텍사스로 향한다.      


    2011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빅이어’는 이렇게 진행된다. 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는지, 이런 영화를 누가 볼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참고로 출연한 배우들을 보면 싸구려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장 상업적인 나라인 미국에서 돈이 안 되는 영화를 만들리 만무하다. 참고로 미국에는 전문적으로 새를 보는 사람. 즉 Birder가 약 4,800 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런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역시 열정만 따져보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 후 평생 새를 보며 살 계획을 세운다. 직장 생활을 하는 탐조가들의 꿈은 예약하기 어려운 주말이 아닌 평일에 섬에 들어가 새를 보는 것이다. 전국 어느 곳에 새가 나타났다고 하면 즉시 달려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동경한다.      


    가능하다면 외국에 나가 이국적인 새를 보고 싶고 우리나라에는 매우 드물게 찾아오는 새를 외국에서 쉽게 찾아보고 열망으로 손꼽아 퇴직할 날을 기다린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이 모든 계획이 무산될 때 생기는 허탈함과 쉽게 해결되지 않을 코로나 19에 대비하여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하는 기민함은 새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숙명이다.      


    누구도 새를 보러가면서 100%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새 보는 사람들은 일상이 변수이고 실패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탐조 생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새를 보러 다니지 사람을 보러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앞에서 이야기한 Birdwatcher와 Birder를 생각하며 난 어디에 속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용어의 정확한 정의가 없는 것처럼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대부분 만나기 때문이다.      

    좀 더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경우는 있겠지만 난 오직 무엇이다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난 어디에 더 가깝다고 말 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차원이라면 난 Birder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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