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상담부터 하면서 상담자 되어가기
상담자 수련을 받으면서 마주하기 힘든 내담자가 있었다. 접수면접을 하는 내내 식은땀이 나고 안절부절못했다. 초보 상담자로서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이었다. 상담자의 정체성이 완전히 자리 잡히기 전인 데다가 상담진행에 대한 두려움도 품고 있던 터라 정신을 붙들고 있기 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접수면접을 마치고 내담자는 상담진행여부를 보류했다. 나와 센터는 어떻게든 상담을 진행시켜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내담자와는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다.
상담 실습을 통해 상담자로서 수용할 수 있는 내담자의 성향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에는 그걸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든 상담을 진행하려고만 했다. 당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이렇다. '적어도 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담자는 스스로 감당이 가능한 상담과 그렇지 않은 상담을 구분해야 한다.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만 초점이 가 있으면 이것을 구분하기 어렵다(경력이 오래된 상담자도 자신이 할 수 없는 상담은 하지 않는다. 상담 중간에라도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상담소를 소개해 준다. 이것은 무책임한 것이 아니다. 상담자와 내담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상담자의 내면에서 갈등이 있다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초보 상담사는 상담사의 자리에 앉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두렵더라도 자꾸 내담자를 대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당이 가능한 내담자와만 우선적으로 만나야 하는 거다.'
다른 상담센터에서의 이야기다. 수련을 받기 시작한 초보 상담사들인 우리 기수는 위기 내담자를 상담하지 않았다. 센터에서는 사전 질문지를 받아 검토한 후 수련생들에게 내담자를 배정해 주었다. 또한 그렇게 미리 걸러진 내담자들 중에 상담 수련생들이 스스로 상담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무거운 주제를 가진 내담자가 자연스럽게 걸러졌다. 막 상담을 시작한 나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상담실습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마주하기 힘들었던 내담자와의 상담관계는 단 1회기 만으로 끝이 났지만, 당시엔 상담을 이어가고자 노력을 했다. 다시 상담을 진행하면 잘해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생각했던 건 내담자가 가능성의 여지를 열어두고 상담센터를 나갔기 때문이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한 후 깨달은 게 또 있다. '초보 상담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상담만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내담자는 열린 표현으로 상담을 마칠 수 있다. 내담자의 의견만을 가지고 상담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상담자가 그 상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판단이 상담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상담자의 자기 케어력이 필요해진다. 상담자가 되어가는 여정에는 자신을 잘 인지하고 다룰 줄 아는, 상담자로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