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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영화 Dec 14. 2020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들

#2. 상대방이 좋아하는 행동을 해주자.

는 어린이집 교사로 3년간 일을 하다가 작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와 칼국수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던 시절 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아이들을 교육하고 놀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간다고 말을 하곤 했어요.

애들은 놀면서 배우는거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연차가 늘고 작은 업무가 쌓이면서 의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늘어날 때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했고, 마음을 읽어줄 여유가 생기지 않았어요. 모든 것이 벅차고 귀찮기만 했습니다.

6시가 넘어서 어린이집을 퇴근하면 부모님이 일하는 치킨가게로 출근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의 가게를 매일 돕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 부모님이 바쁠 때 일을 돕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돕지 않으면 찝찝하고... '힘들더라도 부모님을 도와드리자!'라는 생각에 11시에서 늦으면 12시까지 가게일을 도와드리고 집으로 갔습니다.


아침 8시, 8시 30분에 출근해서 6시에 어린이집을 퇴근하면 다시 치킨가게로 출근하고 11시, 12시가 되어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저만의 시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점점 우울해졌고 '일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을 퇴근하던 길 한천 다리 건너편에 보이는 치킨가게 간판을 보면 눈물이 흘렀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눈물을 닦고 아무렇지 않게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언제나 의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주 토라졌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엔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습니다. 저의 최고의 발악이 삐지는 행동이었나 봅니다.

는 어른들이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면 들어주지만 12살 차이가 나는 막내가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 잘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옛말로 '이것저것 다 해주면 버릇 나빠진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 요구했을 때 사람들은 들어주지 않았다는 피해의식이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들어주기 싫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이 울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울 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모두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 나에게만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지 않을까? 나를 쉽게 보지 않을까? 다양한 고민이 쏟아졌습니다.


연애를 할 때에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알지만 그것을 들어주면 나를 떠나지 않을까? 나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무심하게 보냈었습니다.

의 이런 생각들은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점점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어라.'였습니다. 는 이 글을 보는 순간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껏 가 해왔던 행동들은 모두 책에서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엄마가 막냇동생이 실수를 했는데 크게 혼내지 않아서  뾰로통해져 있었습니다. 가 막냇동생의 나이 때 엄마는 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크게 혼을 냈기 때문입니다. 가 혼이 났던 일들을 막냇동생은 똑같이 행동하지만 혼이 나지 않았습니다. 는 불공평하다며 엄마에게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엄마가 영화를 키울 땐 어렸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잖아. 엄마가 책에서 봤는데 그렇게 키우면 안 된데. 12년 전의 엄마랑 지금의 엄마는 다르잖니? 엄마는 그때나 지금이나 너희를 잘 키우고 싶은 거뿐이야."


"영화도 잘못했을 때 엄마가 영화를 용서해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 책을 읽고 엄마는 그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막내한테는 책에서 배운 대로 하는 거야."


엄마의 말에 마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맞아. 나도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고, 내 감정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면서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고 생각했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너무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데...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해준다면 상대방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고,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거야. 내가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는 가족들이 원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 친구들이 원하는 것 등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조금씩 들어주었습니다. 습관을 고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가끔은 무심하게 말하고, 화도 내지만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가 바뀌니까 주변 사람들도 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를 보며 웃어주고, 가 들어준 만큼 상대방도 의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저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것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과 행동을 거꾸로 하고 있지 않을까요?

신라식물원에서 만난 아기 돼지와 아기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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