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이 곧지 못하면 결국 어딜 가나 그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어릴 적 부모님에게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너밖에 나가서도 그러면 안된다’, ‘너 그렇게 못되게 굴면서 사회생활은 어떻게 할래?’
그럴 때마다 ‘나 밖에서는 안 그래 흥’ 하고 대답했고, 정말로 나는 학교생활도 사회생활도 퍽 잘했다고 자부한다.
내 안에는 내가 너무 많아서 내 자아는 자리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가족에서의 나, 학교에서의 나, 사회에서의 나, 친구사이에서의 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나를 연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회사에서 만난 인연으로 지금도 친한 동생을 만났는데, 이야기 중 나에게 정말 좋은 성격이라며 칭찬을 했다. 들으면서도 아니라고 부정하며 어쩐지 낯 뜨겁게 느껴졌다.
종종 그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불편한 감정이 왜 일까 생각하니, 스스로 가장 나다운 성격이 내 밑바닥을 보이는 가족에게 나타나는 나라고 생각해서였다.
가장 가깝게는 엄마와 남편에게 가장 나다운 나를 보여준다.
그래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과 상처되는 말, 필터 없이 내뱉는 말들이 많다.
내뱉고 나서 후회하는 말들..
이전에는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내뱉고 마음에 담아두진 않잖아' 하며 되지도 않는 합리화를 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말이 없다.
실컷 다 내뱉고는 상대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나는 쿨해! 하고 말아 버리는 양아치 같은 마인드라니.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며 그동안 내가 해온 방식이 많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다. 알면서도 여전히 고치는 게 어렵지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한다.
가장 가깝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족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다.
언제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그 균형을 맞춰야 앞으로 건강한 삶이 올 테다.
결혼 전 결혼할 사람은 결국 100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길만한 한 가지 장점으로 살아가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결혼생활은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서로가 싫어하는 일을 안 하는 게 더 현명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만 생각하니 남편에게 말을 할 때 자주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동으로 미간에 주름을 잡고 시작한다. 같은 말도 언성을 높이고 쏘아붙이듯 말하기도 한다. 인식했으니 이제라도 양쪽 입꼬리를 올리고, 한 톤 다운된 목소리로 말을 시작해봐야겠다.
남편의 단점만 들들 볶을게 아니라 나야말로 남편이 정말 싫어하는 신경질적인 말 습관을 바꿔야겠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새지 않는 튼튼한 바가지가 되도록 다짐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