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지 몹시 고민하던 때의 일이다.
아무래도 둘이 벌다 한 명이 벌면 분명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도 할 테고, 육아휴직을 제외하면 여태껏 쉰 적 없이 일을 하기도 해서 퇴사가 많이 고민스러웠다. 육아가 그다지 적성에 맞지도 않거니와 자아가 강해서 과연 집에 있을 수 있을지가 걱정됐다. 그리고 많던 적던 내가 벌던 돈이 있는데 그게 사라지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만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이 영 걱정이 됐다. 눈치를 줄 사람이 분명 아님에도 스스로 자처해서 볼 눈치가 눈에 훤했고 괜한 자격지심을 부릴 내가 상상됐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솔직히 털어놨을 때 남편이 해 준 말이 참 고마웠다.
이를테면 우린 공동의 곳간을 쓰고 있는 거라는 말.
그 곳간을 누가 채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동으로 그저 사용하면 된다고 말이다.
우리가 하나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으니 누가 벌어오던지 그건 공동의 돈이니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게 모든 경제적인 부분을 내가 관리하고 있고 심지어 내가 남편 카드를 긁어도 그 문자 또한 나한테 오기에 정말 현실적으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육아에 집중하며 우리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퇴사를 선택했고, 육아는 엄청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힘든 일이라 늘 외치면서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순히 나는 ‘논다’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을 자주 했다.
사실 맞벌이를 하려면 수입과 지출을 견주어서 남는 게 내가 우선하는 가치보다 커야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그게 맞지 않았기 때문에 퇴사를 선택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한 번씩 나는 이렇게나 열심히 가정에서 노동을 하는데 내가 버는 돈이 0이라 맥 빠질 때가 많다고 이야기하면 남편은 본인이 수입을 통제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지출을 통제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하는 말은 회계를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생각 자체가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돈을 벌어도 내가 가정에서 어떻게 지출을 하느냐에 따라 버는 것보다 못한 생활이 될 수도 있고, 벌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생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여기서 또 큰 위로를 받았다. 회계고 나발이고 나는 모르겠고 그저 통장에 꽂히는 돈으로 내가 한 푼을 벌지 못해도 그 부분에 대해 나랑 관점 자체가 다른 남편이 고마울 따름이다.
공동의 곳간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그 곳간에 채워진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보관하고 사용할지를 현명하게 생각할 일이 내가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