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연진 Oct 27. 2023

마리나의 김밥집

  우연히 tvN의 <어쩌다 사장>편 광고를 클릭했다. 어디서 본 듯한 간판이다 했는데 앗, 캘리포니아 주 마리나의 그 김밥집이었다. 해외로까지 진출한 그 스케일은 참 대단하다. 특히 이번에 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시아 마켓>은 왓슨빌에서 그리 멀지 않다. 이 가게 말고는 주변에 김밥집이 없어 나도 가끔 찾아간 곳이어서 반가웠다.


  캘리포니아의 해변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태평양 바다와 인접한 해안도로 사이로 몇 개의 도시들을 지나게 된다.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에는 유명한 페블 비치(Pebble Beach) 골프장과 리조트를 지나는 일명 '17마일 드라이브‘ 루트가 포함되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나 새너제이(산 호세)에서 출발하는 루트를 택했다면 솔뱅까지 가거나 오는 그 중간에서 마리나 시티를 만나게 된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솔뱅이나 몬트레이를 관광하는 것이 목적일 테니 일부러 마리나에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카멜-바이-더-씨에 가던 길에 처음 마리나에 가 본 것 같다. 왓슨빌에는 큰 아울렛이 없어서 월마트나 기타 큰 가게에 가려면 위로는 새너제이로, 아래로는 마리나나 살리나스로 가야 한다. 나도 몬트레이에 살고 계셨던 이정애 할머니가 계시던 요양원에 갈 때나 식료품을 사기 위해 마리나에 들른 적이 있다.


  그렇게 마리나를 지나갈 일이 있을 때 김밥이 나오는 오전 시간에 맞춰 참새방앗간처럼 들른 가게가 이번에 <어쩌다 사장> 편을 촬영한 그곳이다. 나는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이 없었으므로, 주인집 내외가 마리나에 쇼핑갈 때 종종 차를 얻어 타고 다녔다.


  가게 앞에 주차하고 들어서면 1980년대 동네 슈퍼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기있는 몇몇 한국 과자도 판매했는데, 익숙한 상품들이었다. 과자들하며, 그 진열한 방식도 특별할 것이 없어서 어릴 때 내가 살았던 동네 슈퍼와 똑같았다. 나는 작은 가게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추억의 간식들을 골랐다. 마치 초등학생이 용돈에 딱 맞춰 과자를 살 때처럼 나는 꽤 진지했다. 물론 박리다매로 물건을 들여오는 곳이 아니다 보니 고를 것도 많지 않았고 가격도 당연히 싸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국 서부 특유의 마른 먼지가 낀 선반도 그렇고, 인테리어 없는 오래된 가게여서 그랬는지 나는 그 곳에 가면 시골 할머니 동네에 온 것 같이 아늑하고 아득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 같다.  


  그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은 한국 김밥이었다. 주변에서 한국식 김밥을 보기는 힘든 곳이다보니, 몬트레이나 살리나스, 그리고 왓슨빌에 사는 소수(!)의 한국인들이 꽤 즐겨 찾았다.


  그나저나, tvN <어쩌다 사장> 팀은 어쩌다가, 저 김밥집을 알게 되었을까. 참 용하다. 조금 전, 왓슨빌에 사는  주민에게 듣기로는 지난 여름에 그 곳에서 촬영을 해 갔단다(아, 자세히 발설할 수는 없지만 조인성과 차태현 등이 요리하는 키친은 방송을 위해 꽤 정비를 한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한국에서는 26일에 첫방을 했다고 알려준다. 여기 있는 나보다도 많이 알고 있었다.


  이 방송을 계기로 태평양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 엔젤레스까지 이어지는 긴 해변가에, 한국인들이 좋아할 관광스팟이 또하나 생기는 것 아닐까. 이제 마리나의 그 김밥집이나 그 주변도 방송을 본 이들이 한번 쯤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번 방송이 아시아 마켓의 비즈니스에도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왓슨빌 주민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를 통해 미국에 들어간다면 마리나에 가기 위해서는 왓슨빌을 지나야 한다. 로스 엔젤레스로 입국한다면 차로 샌디에이고를 통해 위로 올라가거나, 비행기로 새너제이 공항까지 가서 마리나로 내려가면 되는데 역시 왓슨빌을 지나야 한다.


  평소 잘 보지도 않던 예능 프로그램 광고를 클릭했다가 좋아했던 김밥집을 만나니, 마음은 또 어느 새 3년 전 왓슨빌에 가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전후로 폭탄 세일을 한다기에 생필품을 사러 마리나 월마트에 갔던 날이 문득 떠오른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새로 나온 아이폰을 이벤트 가격으로 획득하기 위해서, 또 한 사람은 성능 좋은 다이슨 청소기를 구매하러 갔던 날, 나는 겨우 몇 달러짜리 면 티셔츠를 들었다 놨다 했었다.


  그러고 보니 곧 11월이다. 시간 참 빠르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다른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