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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Nov 30. 2021

그저 시작했을 뿐이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브런치에서 연말 결산 리포트가 날아왔다. 매년 이 맘 때면 자주 접하는 ‘연말’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벌써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이 다가왔구나.'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이사를 하고 가구를 보러 다니고 집안을 정리하느라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 요즘, 브런치에서 온 메시지는 나를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내가 올 한 해 무엇을 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떠올려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 이벤트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바로 브런치를 시작한 일이다. 2021년 3월 12일 첫 글을 시작으로 나는 오늘로서 262일 차 브런치 작가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까지의 망설임, ‘되나 안 되나 한 번 해보자’라고 결심했던 순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아이들이 목욕하는 짬을 내 작가 신청서를 작성했던 때, 브런치로부터 답장이 오길 기다리던 설레는 순간, 합격 메일을 본 기쁨의 순간까지. 매 순간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을 스쳐갔다.


만약 내가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망설이다 끝내 그만두었다면? 작가 신청이 귀찮아 내일로 미뤘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리포트도, 작가로서의 삶도, 매 순간이 글쓰기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글쓰기를 통해 해소되는 감정도, 올라간 자존감도 나와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만약 누가 ‘어떻게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됐어?’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시작했을 뿐이라고. 그저 시작했을 뿐인데 200여 일이 지난 지금, 내 눈앞에는 놀라운 숫자들이 펼쳐져 있었다.  학창 시절 성적표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리포트에 적힌 숫자들을 읽어 나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거짓말처럼 믿기지 않았다. ‘말도 안 돼’라는 말이 연신 뿜어져 나왔다.


발행 글 120편, 누적 조회수 76.8만, 라이킷 수 2,473개(상위 3%)


나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글을 쓰고 있지만 이때의 기분을 설명할 적당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 기분은 직접 당사자가 되어야만 정확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76.8만이라는 숫자. 76명이 읽어도 신기할 노릇인데 무려 76만 명이 내 글을 읽었다고 한다. 상위 3%. 이 수치는 특출 난 사람의 학교 성적표에나 또는 재산이 많은 사람의 위치를 나타낸 거라 여겼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어디에서 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76만과 상위 3%의 숫자는 내가 첫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눈앞에 존재할 수 없다. 내가 한 일은 오직 시작을 했고 첫 글을 써 내려갔을 뿐이다. 글들이 모여서 100여 편 이상이 되었고 그 결과 놀라운 성적표를 받았다.     


혹시라도 새로운 시작에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두려운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시작부터 하라고 말하고 싶다. 시작을 해야 그에 따른 결과도 있고 그 결과는 또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깐. 또한 우리가 그렇게 바라는 운도 시작한 사람에게 따르는 법이니깐.


무섭지만 시작했고, 시작한 내게 세상은 작지만 달콤한 운의 맛을 슬쩍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시작해야 운이 들어올 틈이 생긴다는, 어쩌면 아주 당연한 진리를 몸으로 알게 되었다. 내가 그저 두려움이나 무기력함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공모전도 포기하고, 책을 쓰는 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냥 지금까지 하던 일만 잘하자고 생각해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운을 시험해보지도 못한 채, 어딘가에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럭키(LUCKEY) (by 김작가TV의 김도윤) 중-  


60대 중반이신 엄마께서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고 하셨다. 면허를 못 딴 게 평생의 한이 된다고. 엄마에게 운전면허 필기시험 책을 바로 주문해드리면서 말했다.


"엄마, 계속 미련이 남을 것 같으면 후회 없이 한 번 도전해보세요."


엄마의 새로운 도전에 건투를 빈다. 그 누가 알까?  60대 나이에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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