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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Sep 21. 2022

책 리뷰ㅡ <<가족이라는 착각>>by이호선

사랑도 주지만 상처도 주는 가족을 대하는 법

-책 이름 : 가족이라는 착각

-작   가 : 이호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판사 : 유노라이프

-출판일 : 2022년 8월



요즘 내가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바로 <금쪽같은 내 새끼>다. 내가 20대 때 그러니 결혼 전에 SBS에서 방영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란 프로그램을 통해 오은영 박사를 처음 알았다. 그때는 결혼 전이니 '아이가 저렇게 자란 건 부모 탓이 크다'란 생각으로 이해보단 비난에 가까운 시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리고 약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두 아이가 생긴 지금. 두 프로그램은 비슷한 콘셉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프로그램을 바로 보는 시각은 180도 바뀌었다. 물론 부모의 양육 태도에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할 부분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부모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고 동시에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자란 피해자이다. 그들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는 프로그램을 보는 도중 나도 모르게 자주 눈물을 흘리게 된다. 우린 모두 나약하고 사랑을 갈구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라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가족주의적 성향을 띤 우리나라 정서상 가족 간 관계를  배워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나의 날 것 성향을 그대로 분출해도 이해해줄 수 있는 대상이라고 착각하기 쉬운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가슴 깊이 와닿았다. 가족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또한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 존재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남이면 안 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상처를 받더라도 계속 보고 살아야 한다.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어디에 기대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족이니 무조건 이해하고 감싸줘야 할까? 이런 가족 간의 관계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나뉜다.

1장. 자식을 '내 것'이라는 착각


2장. 부부는 '하나'라는 착각


3장. 부모는 '어른'이라는 착각


4장. 가족은 '새롭게'봐야 회복된다


5장. '가족'이지만 '타인'이다



1장. 자식을 '내 것'이라는 착각


어릴 때 부모나 윗사람 또는 중요한 인물들의 태도와 행동을 닮는 방어기제를 '동일시'라고 한다. 학대 아동들에게서 가장 많이 보이는 동일시를 '공격자와의 동일시'라고 한다. (중략) 부모와 밀착되고 독립되는 과정에서 갈등에 빠진 아이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방어기제로 딜레마를 해결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을 흉내 냄으로써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학대 가정에서 이런 공격자와의 동일시 과정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잘 발달된다.

(중략)

우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대면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왜 아픈지, 어째서 힘든지, 아프고 힘든 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두려워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정확하게 직면해야 한다. 치유의 출발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촌수로는 부부는 무촌이지만 부모와 자식은 1촌이다. 일정한 마디, 즉 거리를 둬야 한다는 말이다. 부부는 결혼하면서 운명 공동체가 되지만 부모와 자식은 일정 기간만 같이 살다가 헤어져야 하는 한시적 공동체다. 그렇기에 서로 양가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잘 공존해야만 아름다운 가족으로 남을 수 있다.



2장. 부부는 '하나'라는 착각


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부부 사이에 생긴 문제를 부부가 풀지 않고 외면한 채 자식에게서 보상받으려 할 때, 부부 문제는 자녀들에게까지 대물림된다. 이럴 때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사랑은 불타는 뜨거움이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불은 점점 사그라든다. 남는 것은 오랜 시간 쌓아온 추억의 따뜻함이다. 식탁에서 함께 나눈 정겨운 이야기, 자녀와 보냈던 아름다운 지난날들, 이 모든 것이 결혼생활을 지켜 준다.



3장. 부모는 '어른'이라는 착각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될수록 정서적으로 자식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된다. 아직도 일을 하고 사회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는 노인이라 할지라도 시간만 나면 추억에 젖고 자식들 얼굴이 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여건상 부모를 자주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생활비와 용돈을 드리면, 이를 통해 부모는 자식들의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다. 인생 경험으로 돈 가는 데 마음 간다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부모를 챙기는 자식들의 마음을 전달받음으로써 노인들은 힘이 나고 삶의 에너지가 솟는다. 정기적으로 생활비와 용돈을 보내드리는 일은 부모님의 노년 건강, 특히 정신건강을 돌봐드리는 일이기도 하다.


4장. 가족은 '새롭게'봐야 회복된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내 마음속에서 놓아줘야 한다. 자식들이 날아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날려 보냈다고 생각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이 스스로 날아갈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자식을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키우고 공부시켰으면 제 힘으로 살아가게 둬야 한다. 부모가 자녀 결혼 비용까지 다 대주고, 집까지 사 주는 것도 모자라 손주들 돌보는 일을 떠맡고,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나 노후 자금까지 자녀 사업 자금으로 털어놓는 일은 삼가야 한다. 육아의 목표는 '독립'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5장. '가족'이지만 '타인'이다


가족은 좁고 불편해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 보면 자꾸만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더라도 왜 왔냐, 뭐 하러 왔냐 따지지도 타박하지도 않고 온전히 등을 토닥이면서 반긴다. 억압당하는 듯하고 족쇄 같아서 떠나고 싶지만 떠나 보면 한없이 그리워지는 곳이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도 법칙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35년 동안 진행한 연구가 있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책 <<행복의 조건>>을 썼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입니다."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을 관찰해서 얻어낸 결론은 행복은 돈이나 명예나 권력에서 나오지 않고 인간관계에서 오며, 그 핵심 요소는 '사랑'이라는 사실이었다. 행복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면 인간관계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가족관계야말로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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