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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Oct 14. 2022

책리뷰<<울다가 웃었다>>by 김영철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김영철 에세이

-발행일 : 2022.2.28

-발행처 : 김영사



개그맨 김영철이 에세이를 썼다는 기사를 우연히 신문에서 접한 후 바로 도서관 앱에서 도서 예약을 걸어 놓았다. 내가 평소 그의 엄청난 팬도 아니고 그의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빨리 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간간이 들어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또는 tv 프로그램에서 느낀 김영철은 그냥 사람 좋은 아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래간만에 친근함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기 좋은 문체를 빨리 만나고 싶을 뿐이었다.


2017년 둘째를 낳고 복직했을 때 그는 나의 아침을 활기차게 바꿔놓은 사람이었다. 출근길 차에는 항상 107.7 Mhz에 주파수가 고정되어 있었고 우연히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부터 텐션이 올라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육아전쟁을 마치고 일터로 향하는 나를 한결 기분 좋게 만들었다. 힘을 주는 목소리는 '아자아자!! 오늘도 파이팅이다!! 열심히 살자! 학교에서도 육아에서도!!'라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쌓인 것 같다. 내가 아는 개그맨 김영철은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계기는 2012년에 방송된 <스타특강쇼>에 출연한 장면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게 됐을 때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그저 그런 개그맨이 아닌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멋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할리우드에서 코미디쇼를 진행하는 꿈을 간직한 체 매일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그는 나를 자극했다. 가볍게 개그 치던 모습과는 반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너도 할 수 있어. 꿈을 가져봐. 노력해보자.'란 묵직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과연 몇이나 될까. 나에게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개그맨 김영철이다.


이 책을 읽으니 문체의 신비함이 느껴졌다 '이건 작가를 가리고 읽어도 바로 개그맨 김영철이 썼다'라고 느낄 정도로 책 속에는 그의 향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가 옆에서 친근한 말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힘을 주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말과 문체 스타일이 이렇게 같을 수가 있구나. 이건 작가로서 굉장한 장점이다. 책을 다 읽었을 때 '참 좋다'라는 여운이 남는 책은 전문 작가가 쓴 책도 문체가 아름다운 책도 아닌 바로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간결하고 투박한 문장 속에는 인간 김영철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다. 그 사람만의 매력을 찾는 일. 그게 바로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주변 사람을 웃겨주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 없이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랐을 거란 편견이 있었다. (책을 읽고 그런 편견은 점점 깨져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남에게 말 못 할 고민을 간직한 체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숨기고 싶은 과거와 가슴 아픈 기억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냥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교훈을 김영철의 인생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이어진 부모님의 불화, 고2 때 부모님의 이혼, 고3 때 큰 형의 사망.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은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어린 김영철의 마음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두 번의 이별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별의 상처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지만 조금씩 흐려진다고. 유쾌한 집에도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고. 그리고 행복해지려면 연습이 필요하다고.


그래 노력 없이 되는 건 없다.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거였다.


한때 '글을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 돈이 벌리나, 밥이 나오나? 나는 왜 쓰고 있지?'라는 생각으로 한동안 글쓰기를 멀리한 나에게 그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런 내가 글을 쓸 때는 침착해진다. 생각을 정리하며 이렇게 저렇게 자세도 바꾸어본다. 나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 조금씩 쓰는 글은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준다. 나는 유쾌한 수다쟁이인 동시에 자유로운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오늘도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한다. 차분하게 조용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그가 전문 작가가 아니라서 틀에 박히지 않아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세계적인 코메디언이 되는 그의 꿈을 앞으로 멀리서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다짐해 본다. 울을 일 속에서도 한 줄기 웃을 일을 찾다고. 그리고 꿈꾼다. 이 투박한 글이 누군가에게 친근하고 뻔하질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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