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답보다 질문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AI가 모든 걸 할 때,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by 철학하는 CEO

환경의 변화 앞에서 던진 질문

요즘 해외 뉴스를 보면서 깜짝 놀란 기사들을 자주 접한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35만 명 이상이 지난 3년간 일자리를 잃었다는 소식, 올해 상반기에만 약 8만 명이 해고되었다는 현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거대 기업조차 매달 수천 명의 개발자를 감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소식들을 접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사람은 환경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가지만, 그렇게 변화해가는 환경 자체는 인간이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그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앞으로는 어떻게 내 자신을 변화시켜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가지고 여러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A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의 모습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AI가 바꾸는 '지적 노동'의 지형

현재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트너 그룹은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80%가 직업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I 에이전트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신입사원 수준의 지적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며, 때로는 경험 있는 개발자나 변호사보다도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젠스파크라는 AI 에이전트만 하더라도 아직은 미흡하긴 하지만 식당까지 예약해준다.


AI에 의해 대체되기 쉬운 직군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언어와 관련된 반복적인 지적 노동'이라는 특징이 있다. 개발자는 프로그램 언어를, 변호사와 변리사는 문서 작성·조사·분석을, 연구자는 논문 읽기·분석·작성을 반복한다. 콜센터, 영업, 마케팅 등의 반복적 지적 노동 또한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로펌이 정부 승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직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전처럼 육체 노동에 가까우면서도 지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AI와 협력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의사, 교사, 상담가 같은 직업은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며, 인간은 더욱 전문적인 코치·상담 역할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인재의 조건 1: '답이 없는 문제'에 위대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

AI 시대의 교육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 주입식 교육은 '답이 있는 문제'의 정답을 찾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AI가 오히려 이런 능력을 훨씬 능가한다.


미래에는 '답이 없는 것에 올바른 질문을 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된다. AI는 그 질문에 대한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정답을 OMR 카드에 잘 찍는 학생들보다 '올바르고 위대한 질문을 던지고 담대한 도전을 몸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크게 성장하고 자기 삶에 대한 깊은 만족을 느낄 것이다.


호기심과 실행력이 만든 작은 혁신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를 체감한 경험이 있다. 평소 호기심이 많고 효율적으로 업무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견적서를 매번 작성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클릭 몇 번만으로 견적서를 자동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개발자가 아니어서 프로그래밍을 할 줄은 몰랐지만, 내가 원하는 형태가 명확했다. 그래서 엑셀 관련 블로그들을 찾아보면서 필요한 순간마다 적합한 함수를 찾아 적용해서 결국 견적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AI가 이런 과정을 훨씬 쉽게 도와주니까 더욱 재미있어졌다. 과거에는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야 했다면, 지금은 AI와 대화하듯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AI와 함께한 즉석 솔루션

더 극적인 경험도 있었다. 태국 전시회에 갔을 때 브로셔를 안 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엔 정말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브로셔보다 더 나은 걸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날 밤 호텔에서 바로 AI와 함께 인터랙티브 브로셔를 만들어냈다. 바이어가 우리 부스에 오면 QR코드 하나만 인식하면 바로 회사 정보와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평면적인 브로셔에 비해 영상까지 포함된 e카탈로그 효과가 오히려 훨씬 좋았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깨달은 것은 문제 상황에서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AI를 도구로 활용해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였다. 기존의 '정답을 찾는 교육'으로는 이런 창의적 문제해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래 인재의 조건 2: '몸으로 실행하는 리더십'

질문하는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몸으로 실행하는 리더십'이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나 전기차 혁명을 이야기했을 때 많은 사람이 비현실적이라며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말로만 하지 않고 몸으로 행동하며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처럼 이론보다는 실행력이 강하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능력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AI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미래 인재의 조건 3 : '회복 탄력성' 실패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실행 과정에서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실패다. 이와 관련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실패하거나 잘못했을 때 주저앉거나 자신을 탓하는 대신, 실패를 새로운 정보나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특히 창업가나 혁신가들에게 회복 탄력성은 필수 역량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시장의 변화, 고객의 거부, 자금 조달의 어려움, 팀원들과의 갈등 등 수많은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때 '이번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접근해볼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 AI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학습하며 빠르게 개선하는 이런 회복 탄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처럼

결국 미래의 인재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직접 몸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는 마치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과 같다. 기존의 지도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침반을 들고 미지의 질문을 던지며, 거친 파도 속에서도 직접 키를 잡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 AI 시대의 거대한 파도를 넘어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업, 실력보다 중요한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