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결국, 멘탈 위에 쌓인다
영업력? 재무 감각? 실행력? 리더십?
나는 해외영업 분야 전문가였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했다. 다양한 국가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실무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았고, 그 기반으로 직접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창업을 해보니, 창업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책이나 강연에서는 실행 전략, 도구, 사례 같은 스킬을 주로 강조하지만, 때때로 태도나 철학, 마인드셋을 언급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내용들에서 동기부여를 얻고 방향을 잡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창업 현장에서 마주하는 감정적 충격이나 내면의 압박은 그 어떤 콘텐츠로도 체감되기 어려웠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고, 현실은 늘 더 복잡하고 거칠었다. 투자자는 속도를 말하고, 성과를 요구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사업엔 분명히 알아야 할 게 많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혀보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실행력이 아니고,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전략이 아니다. 바로 멘탈이다. 불확실성은 일상이고, 변수는 예고 없이 터진다. 견디는 힘이 없으면 그 어떤 능력도 작동하지 않는다. 아무리 촘촘하게 계획한 전략도,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그럴 때 중요한 건 판단력이 아니라 중심을 잡는 힘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내면. 그것이 없으면 방향도, 선택도 무의미해진다.
겉보기엔 잘 쌓아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작은 파도 한 번에도 무너질 수 있다. 그렇다. 창업자는 매일 무너진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스펙도, 스킬도, 운도 아니다. 자신을 붙잡아주는 단단한 기반, 무너져도 돌아올 수 있는 내면의 평형감각. 그 자질 하나가, 창업자의 오늘과 내일을 가른다. 위기가 닥쳤을 때, 누군가는 흔들리고 무너지지만, 어떤 창업자는 멈춰 서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멘탈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영업은 익숙한 분야였고, 그걸 무기로 창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은 내가 잘하는 것만으로는 굴러가지 않았다. 재무, 생산, 유통, 조직 운영, 법무, 투자…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이 매일 나를 시험했고, 그때마다 다시 배우고, 익히고, 실행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스스로를 확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알지 못하는 분야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부족함을 인정하고 채워나가는 루틴이 없었다면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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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과정에서 멘탈이 가장 크게 흔들린 순간이 있었다. 해외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상당한 금액이 1년 넘게 지연된 적이 있었다. 스타트업에겐 자금이 곧 생존이었고, 그 상황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붕괴로 이어졌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무너졌다. 자책과 불안, 무기력이 파고들었다. 주변에선 '견디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그건 겪어본 사람만 아는 무게였다.
그 시기를 지나며 더 확실히 깨달았다. 멘탈은 실력보다 먼저 지켜야 할 기반이다. 그게 흔들리는 순간, 전략도 팀도 비전도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 실력은 회복할 수 있어도, 멘탈이 무너지면 복구는 오래 걸리고, 때로는 영영 회복되지 않기도 한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멘탈은 단순히 버티는 힘이 아니다. 휘청일 때마다 다시 중심을 회복하기 위한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명상, 독서, 운동 같은 루틴이 있었다. 매일 아침 단 10분이라도 조용히 앉아 호흡을 바라보며 내면을 정돈하는 명상은 불안을 잠재우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독서는 나를 외부 환경에서 잠시 떼어내고, 관점을 넓히며 지적 에너지를 채우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운동은 체력과 지구력을 기르며 멘탈의 바닥을 튼튼하게 만들어줬다. 정신이 흔들릴 때마다 돌아갈 수 있는 이런 기본기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된다. 이는 위기를 단번에 극복하는 기술이 아니라, 무너질 수 있는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나를 받쳐주는 중심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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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매일의 리셋이다. 어제는 잘 될 것 같다가, 오늘은 모든 게 무너질 것만 같고, 내일은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 안에서 스스로를 끌어올릴 수 있는 힘, 중심을 되찾는 회복탄력성, 그게 멘탈이다. 멘탈은 기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기복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자리로 돌려놓는 기반이다. 감정을 직면하고, 나 자신을 정비하는 루틴이 있어야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히고, 불안정한 것에 부딪히며,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도, 다시 시작한다. 멘탈은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그것은 성장을 위한 기초이며, 반복되는 실패 앞에서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