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가까운 곳에서는 왠지 외할머니댁의 향기가 난다. 특히 화로에 불을 피운 향기가 날 땐 그 추억이 더 짙어진다.
할머니 댁은 북한산에서 이어지는 어느 산중에 자리해 있었다. 물과는 먼 산중이었다. 아마 불을 피운 향기는 모기를 내쫓기 위해 피웠던 모기향 냄새였을 것이다.
8살 무렵. 항상 외가댁을 찾을 때면, 울창한 숲을 올랐다. 한창 게임을 했던 때라, 그곳은 게임 속 세상과 닮아 있었다. 울창한 숲을 거닐고, 번개를 맞아 쓰러진 나무를 넘어 산을 오르고 나면, 정돈된 돌계단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곳이 바로 외할머니댁에 다 왔다는 신호였다.
돌계단을 오르고 나면, 산 중턱에 숨어있던 낮은 기와집이 보였다. 외할머니댁의 역사는 모르지만, 아마 오래전부터 그 터에 자리 잡고 있던 집이었으리라. 어머니도 그곳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 시절, 외할머니댁에는 외할머니와, 이모, 외삼촌이 살았다. 작은 알루미늄 문을 두드리면, 활짝 웃으면서 우리 가족을 반기던 외삼촌의 웃는 얼굴을 마주할 수 았었다.
특히, 추운 겨울에 놀러 갈 때면, 외할머니는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장판 위를 내게 내주셨다. 곱슬거리던 하얀 백발을 가진 할머니의 모습은, 돌아가신 지 한참 지난 지금도 내 눈에 훤하다. 웃음소리도 얼마나 즐겁게 내셨는지. 어머니와 나, 나의 남동생의 방문이 즐거우셨던 것 같다.
몸을 녹이고 나면, 동생과 외삼촌의 방으로 들어가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게임을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 방의 분위기를 즐겼던 것 같기도 했다.
작은 방이었다. 침대는 딱딱하지만 뛰어놀기 좋았고, 문 옆에 걸려있는 커다란 호랑이 그림이 두려웠다. 그 방은 특별했다. 그 방에서는 그득한 모기향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거실 냉장고 안에는 항상 사이다와, 오렌지주스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그 음료수는, 이제는 내가 심심할 때 찾는 음료가 됐다. 점심을 먹은 뒤 목구멍을 상쾌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그리고 간식을 먹을 때 달콤하게 입안을 적셔주는 오렌지주스.
화장실은 조금 못 미더웠던 것 같다. 푹신한 엠보싱으로 이루어진 변기 커버가 그렇게 싫었다. 나는 왜 딱딱한 흰색 플라스틱 변기커버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지금 외할머니는 내가 바로 바라보고 있는 드높이 솟아있는 하늘의 별이 되셨지만, 모기향의 냄새를 맡을 때면, 항상 그때 그 기억이 나에게 찾아든다.
모기향처럼 쓰기도 쓰지만, 씻지 않은 강아지의 고소한 냄새도 났다. 그 향수는 다음번에.
다른 누군가가 피운 화로의 장작 타는 향기를 맡고 있노라니, 괜히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을 훔친다.
외할머니 오늘은 괜히 보고 싶네요, 할머니께 못다 한 만큼 어머니께 더 잘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