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부여가 중요하긴 하지
아마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 중 세 번째로 접한 작품인 것 같다. 유명한 회색인간은 속된 말로 센세이셔널할만했다. 상상력에 기함할 정도. 두 번째였던 청부살인 협동조합 역시 상상력과 기발한 전개에서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놀라운 작품임에 틀림없었다. 다만, 처음 접했던 회색인간이 그저 아무런 제약이나 기대나 목적도 없이,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이 집약된 소설집이었던 것에 반해 조금은 통속적인(이런 표현이 좀 맞진 않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김동식 작가의 소설에 상투적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내가 거북하니까.) 의미부여를 시작했다는 느낌이 있어 조금 아쉬웠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은 어땠을까. 작가의 말에, 공포글을 올리는 사이트에서 '이런 글은 다른데 올리셔야 할 것'이라는 댓글이 달릴만한 글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딱, 그런 소설이었다.
'이거 왜 이래?'
형편이 너무 어려운 채윤은 돈이라도 빌려볼 요량으로 동창회에 참석한다. 하지만 돈 이야기가 지겹다며 돈 이야기를 하면 채윤의 전재산인 만원을 벌금으로 내기로 한다. 친했던 반장에게 돈 이야기를 했다가 결국 공개적으로 놀림을 당하고는 집에 갈 차비인 만원마저 잃고 만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장은 그렇게 걷은 벌금을 돈 이야기를 가장 적게 한 사람에게 몰아주자고 이야기하고, 오로지 채윤만 손을 든다. 하지만 서른 명이 넘게 모여있던 동창회에서 벌금이 26만 원인 것에 채윤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민서는 우연히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가 장식된 박물관에 가는 법을 알게 된다. 인생박물관에서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생박물관을 알려준 노인에게 미래를 고칠 방법을 묻는다. 인생박물관 관리자들에게 리모컨을 빼앗는 방법은 배웠지만, 혼자 할 수 없어 자기를 좋아하는 우성에게 부탁한다. 결국, 부모님은 구해냈지만 우성이 인생박물관에 영원히 갇혀버리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민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우성의 인생박물관을 찾는다. 우여곡절 끝에 우성은 구해냈지만 자신이 갇혀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우성과 결혼하는 미래를 보고는 강한 인력에 의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처음 김동식 작가를 접했을 때 그 무한한 듯 방향과 형태, 클리셰 없는 상상력에 감탄했던 것에 반비례하여, 이러한 의미부여에 대해서는 크게 감동이 오진 않는다.
심지어 일부, 아주 조금은, 클리셰적인 구조나 창작물들이 섞여있어 조금은 실망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한 호흡에 읽히는 간결함과 쉽게 읽히는 문장력, 기발한 상상력의 발현에는 만족감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부러울 뿐인 작가. 언젠가 장편소설도 한 번 출간해 줬으면 좋겠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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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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