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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ocent Jan 28. 2021

서론

첫 번째 이야기

여러분, 물리학이란 무엇일까요? 물리학은 영어로 Physics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피지카(Physica)에서 왔습니다. 피지카는 자연에 대한 학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물리학은 자연 철학(natural philosophy)이라는 단어로 대신 표현되었습니다. 뉴턴의 그 유명한 책 프린키피아의 원 제목도, 사실은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 즉 자연 철학에 대한 책이었음을 기억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물리학은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면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자연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하려는 시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늘 해왔습니다. 특히 자연을 신화적인 방법이 아니라 이성적인 방법으로 탐구하려는 시도는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올라갈 정도입니다. 그러나 좀 더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물리학은 바로 이 그림에서 출발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림에는 누가 나와있나요? 그림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르네 데카르트입니다. 그는 아침 잠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아침에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는데, 그 위로 벌레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고 합니다. 또 마침 천장에는 사각형의 격자 무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격자무늬에 수를 부여하고, 그 수로 벌레의 위치를 기술하는 방법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해석기하학의 시작, 즉 기하학의 영역에 좌표를 도입함으로써, 기하 문제를 대수 문제로 전환시킨 최초의 사건이 되겠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 ‘세상을 수로 표현하다’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습니다. 사실 실재하는 세상에는 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벌레는 그냥 공간을 점유하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갈 뿐입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이것을 ‘수’로 표현하려고 시도한 것입니다. 실재하는 세상을,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마음 속에 또는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수’에 대응시킨다, 바로 이것이 결정적으로 근대 과학의 혁명을 불러온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인 중간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나면, 고전 물리학에서 말하는 자연의 모든 정보는 아래 그림과 같은 수학 기호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운동, 영어로는 motion, 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이 운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봅시다. 여러분, 이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물리학을 출발하는 여러분들이 평생 가지고 가야 할 ‘기본기’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운동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여기에서 ‘엑스’로 표시된 부분이 의미하는 것을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엑스’로 표시된 수학적 양 뿐만 아니라, 다른 양들, 예를 들면 전기장이나 자기장 등등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자연에는 다양한 양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엑스’라는 기호로 표현되는 양은 대체 무슨 의미이기에 이러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운동은 ‘입자의 위치’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위치’ 또는 ‘장소’를 표현한다는 것에 강조점을 두고 싶습니다.


우리는 입자의 위치를 알면, 적어도 고전 물리학에서는, 자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치를 기술하는데 있어서, 적어도 세 가지 특징을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위의 그림에 보이는 노란색 부분을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아래 첨자로 ‘아이’라고 쓴 부분은 무엇을 나타낼까요? 이것은 우리가 다루는 대상이 ‘입자’라는 것을 좀 더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이’라는 아래 첨자는 ‘1’, ‘2’, ‘3’, 등의 인덱스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에는 여러 개의 입자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운동이란 기본적으로 불연속적인 점입자에 대한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점입자를 여러 개를 고려함으로서, 좀 더 복잡한 자연현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입자는 기본적으로는 나뉘어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 속성을 부여받는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불변의 속성 중에는 질량과 전하량이 포함됩니다. 아마도 고전 물리학에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속성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자연이 이런 고정 불변의 속성만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기술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운동은 위의 그림처럼 ‘시간’의 함수로 기술됩니다. 여기에 나오는 ‘티’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는 입자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에 관심을 가지겠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입자의 변화, 더 나아가서 자연의 변화를 이 운동을 통해 기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두 요소는 각각 자연을 기술하기 위해 ‘고정 불변’의 속성이 필요하며, 그 고정 불변의 속성을 활용해 자연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속성’과 ‘변화’는 아무렇게나 기술되어서는 안됩니다. 아무렇게나 기술되어서는 안된다는 바로 그 통찰이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바로 데카르트 자신의 중요한 발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연을 아무렇게나 기술해서는 안되며, ‘수학적인’ 방식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즉, 운동은 어떤 수학적 질서를 통해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엑스’자 위에 적혀 있는 ‘화살표’가 나타내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 화살표는 이 물리량이 ‘벡터’량임을 의미합니다. 왜 이 벡터가 중요하며, 또 왜 이것이 ‘수학적 질서’의 차원에서 설명되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은 지금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좀 어렵습니다. 이번 수업이 진행되면서, 여러분들이 수학적 방법으로 자연을 기술하는 것을 많이 연습해 보아야만, 제가 말하는 의미를 좀 더 이해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중요한 점은 이것입니다. 자연에 대해서 우리는 수를 부여할 수 있는데, 아무 숫자나 부여할 수 있습니다. 아무 숫자나 부여한다고 해서 수학적인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아무’ 숫자나 부여할 수 있는 ‘주관적인’ 자유를 가지긴 하지만, 이러한 ‘주관적인’ 자유가 ‘객관적인’ 세계를 기술하는 것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연 법칙은 이러한 ‘주관적인’ 자유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기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연 법칙은 벡터를 통해 기술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원리를 확장시킨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공변성’ (covariance), 그리고 ‘상대성 이론’이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 봅시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일반물리학 교재의 초반부가 대체로 왜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다양한 일반물리학 교재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초반부의 구성은 거의 다 비슷합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측정’(measurement)의 문제를 다루는데, 왜냐하면 자연에 ‘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자연에 수를 부여하고 나면, 가장 먼저 우리는 ‘입자’의 위치가 갖는 의미에 대해, 그 중에서 가장 간단한 직선 운동에 대해서 살펴볼 것입니다. 그 다음, ‘벡터’를 도입해서 2차원 및 3차원 운동에 대해서 기술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말한 대로, 운동은 ‘시간’의 함수이기 때문에, 시간의 함수를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 즉 ‘힘과 운동’에 대해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방금 제가 마지막 부분에서, 시간의 함수를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 알기 위해 ‘힘과 운동’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위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또 제가 아까 말한 것처럼, 운동은 시간의 함수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이 함수는 대체 어떻게 구한다는 말일까요?


여러분은 이 함수를 어떻게 구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이런 질문을 앞으로 많이 여러분들에게 드릴 것입니다. ‘뭐뭐뭐’는 어떻게 구하나?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여러분들이 대부분 해야 하는 대답은 이것입니다.



바로, 방정식을 풀어서 구한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구하는 방정식이기 때문에, 우리가 운동 방정식(equation of motion)이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자연은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따라서 이 방정식은 시간에 대한 미분 방정식입니다. 여러분들이 왜 미적분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한 가장 단순한 답은 그렇습니다. 세상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변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분 방정식을 푸는 것입니다. 미분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미적분을 공부해야 합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미적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정말 많은 노력을 들여 미적분을 공부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은 이렇습니다. 이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방정식을 푸는 데에는 크게 두 단계가 있습니다.


첫째는, 방정식을 쓴다.

둘째는, 방정식을 푼다.


이 두 단계로 대부분의 물리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 말은 농담처럼 보이겠지만, 역시 여러분이 평생토록 잊지 말아야 할 기본기입니다. 방정식을 써야만 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방정식에서, 제가 우변은 자세히 적어 놓았지만, 좌변은 그냥 ‘에프’라는 문자를 적었을 뿐입니다. 이 방정식을 구체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좌변의 ‘에프’가 무엇인지를 적어야만 합니다. 이건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앞에서와 같습니다. ‘방정식’을 풀어서 구해야 합니다. 물론 어떤 단순한 경우에는 방정식을 풀지 않아도 되지만, 원칙적으로는 방정식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힘, 또는 힘을 우리에게 주는 것으로 알려진, 시공간에 펼쳐진 함수, 즉 장(field)이라고 하는 것을 우리는 방정식을 풀어서 구해야 합니다. 이것을 장 방정식(field equation)이라고 합니다. 이 방정식을 풀어서 우리는 힘을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학기에, 이러한 장 방정식의 가장 중요한 예로, 이른바 전자기학의 ‘맥스웰 방정식’을 공부할 것입니다.


장 방정식을 풀려면 역시 장 방정식을 ‘써야’ 합니다. 장 방정식을 쓰기 위해서는 장을 결정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입자들의 고정 불변의 속성’, 즉 질량이나 전하량 같은 것이 됩니다. 이러한 질량이나 전하량이 어떤 방식으로 자연에 분포해 있을 때, 이것을 우리는 ‘원천’(source)이라고 부릅니다. 이 원천이 자연을 설명하는 ‘대상’이나 ‘배경’이 되는 것입니다. 이 ‘원천’, ‘대상’, 또는 ‘배경’의 정보로부터 장 방정식을 풀어서 장 또는 힘을 구합니다. 그리고 이 힘으로부터 운동 방정식을 풀어서 운동을 구합니다. 이렇게 해서 ‘운동’을 구한다는 것이 바로 고전 물리학에서 말하는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것이 ‘고전 물리학’의 모든 것이고, 바로 시작과 끝이 되겠습니다. 자, 여러분들은 이제 고전 물리학의 시작과 끝을 알았으니, 이제 책을 덮고 졸업을 하셔도 되겠습니다!


참, 그러나 아직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것은 이른바 ‘고전’ 물리학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전’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뭐가 달라질까요? 물리에 관심을 가졌던 분들, 특히 다양한 교양 서적들을 통해 오늘날의 물리학에 대해 살펴보셨던 분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현대 물리학이라는 것은, 바로 고전 물리학의 핵심 요소들을 어떤 의미에서 ‘확장’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량이 바로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량, 자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물리량이 ‘파동 함수’가 됩니다. 이렇게 자연을 파동 함수로 기술하는 것은 ‘양자 역학’에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왜 우리가 양자 역학으로 가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입자의 수가 많아지면, 사실 ‘아이’라고 아래 첨자로 표현한 이 글자가 불편해지게 됩니다. 입자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연속체’로 기술하는 것이 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이 때, 우리는 시공간 전체에 입자가 분포해 있다고 가정하게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장’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장이라는 개념은 고전 물리학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것이긴 합니다. 우리는 조만간 장에 대해, 그리고 파동에 대해 공부할 것입니다.



우리는 운동을 ‘시간의 함수’로만 기술했습니다. 즉, 입자 자체는 어떤 다른 물리적인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끈 이론에서, 즉 양자중력이론의 최전선에 있는 끈 이론에서는, 자연의 근본적인 대상이 입자가 아니라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끈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대상은 시간의 함수뿐만 아니라 공간 방향의 함수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운동을 벡터로 표현했지만, 사실은 벡터의 개념은 좀 더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은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벡터 개념의 일반화로서, ‘스칼라’, ‘스피너’, ‘텐서’ 등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자연은 이러한 수학적 양들을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가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튼 요약하자면, 현대 물리학에서는 스칼라, 벡터, 스피너, 텐서 등으로 표현되는 장들에 대한 파동함수를 구하고, 때로는 끈 이론으로의 일반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게 최전선에 있는 현대 이론물리학에서, 또 저 자신이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여러분들이 대학 4년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면,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주제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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