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승무원을 DOOR에서 부른 이유.

만석비행은 승무원이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한 좌석도 비지 않고, 전 좌석에 승객들이 계실 때는 혹시 비행 중 좌석이 고장 나지는 않을지, 식사 초이스가 잘되질 않을지 등등 많은 염려를 가지며 비행에 임하게 된다.

드디어 만석 비행이 시작됐다.

탑승 시 짐보관부터 이륙 후 서비스까지 정신없이 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이 왔다는 방송이 나오고, 안전 점검을 하고 점프시트에 앉으면 어느새 비행기는 어딘가의 공항에 착륙하게 된다. 항공기 문이 열리면 그제야 안전하게 목적지에 왔다는 사실로 마음이 놓인다.

이번 비행이 그랬다.

만석 비행에 시간도 길지 않은 비행이라 바쁘게 서비스와 안전 점검을 하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행기 DOOR 근처에 서서 하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바라봤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복직 후 오랜만에 만나는 이 광경에 나도 모르게 한 분 한 분이 애틋해졌다. 그렇게 눈을 맞추며 하기 인사를 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좋은 일정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손님들도 웃으며 고생했다고 이야기를 해주시며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한 고마움을 전하셨다.

그렇게 하기 인사가 끝나고 다음 편 비행을 준비하려던 순간.

비행기 DOOR 앞에 50대 정도 되시는 남자분이 서성 거리며 비행기에 들어오려고 하셨다. 하기 가 끝난 후 비행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보안상으로 금지되어 있어 승무원이 제지했고, DOOR 근처에 서있던 해당 공항 직원도 함께 제지시켰다. 영어가 서툰 듯 보이셨던 그분은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어 보였다. 많은 승무원들이 그분에게 다가갔다.

"혹시 비행기에 짐을 두고 오셨나요?"

라고 여쭤보자 못 알아들으신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다 안전 점검을 마치고 다가오는 한 명의 승무원을 보시고는 손가락으로 그 승무원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너무도 무거워 보이는 큰 가방을 메시고는 그 승무원에게 90도로 여러 번 인사를 하시며 감사함을 표하셨다.

그 승무원이 비행 중에 연로하신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들을 비행 중 잘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너무도 무거워 보이는 큰 배낭을 메시고는 여러 번 90도로 인사하며 고마움을 전하는 그분을 지켜보고 있던 여러 명의 승무원들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리도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왜 눈물이 나려고 하죠?"

그분이 가시고, 그것을 본 승무원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모든 승무원들에게 전해졌다.

 비행기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우린 만난다. 아이를 동반한 승객, 몸이 아프신 승객, 연로하신 승객 등 많은 승객들에게 도움을 드린다. 때때로 이렇듯 예상치 못한 순간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전하는 승객을 만날 때면 우리의 보람은 더욱 커진다.

집 앞 카페부터 무인 스터디 카페 등등 기계화로 변해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가끔은 사람과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온기를 그리워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너무도 고마운 표정으로
승무원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분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순간을
좋아한다.

비행하며 만나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따뜻한 순간을.

729명의 구독자님들.
너무 늦게 글을 올려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바쁘게 복직 교육도 받고, 다시 비행에 적응하느라 글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조금씩 비행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비행하면 만나는 모든 빛나는 순간을 구독자님들과 나눌 수 있도록 잘 보고, 잘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저의 글에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한 문장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쓰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