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피킹글리쉬 Nov 03. 2020

습관을 잡아라

엄마표영어 성공비법 중 2단계 : 종이에 시간의 큰 흐름을 계획하라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의 일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척척 잘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으레 엄마 마음 편하라고 약간의 선의의 거짓말을 해 주시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시니 왜 집에서는 열 번 말해야 한 번 들을까 말까인 지 궁금해지던 참이였다. 그래서 원장님께 고민 상담을 했고, 대화를 하면서 집과 어린이집의 차이점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계획된 시간표에 의해 하루 일과가 진행이 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이미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 알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등원하면 겉옷을 벗어 선생님께 전달하고, 가방을 가방 칸에 넣고, 수저, 물통을 제자리에 두는 등의 할 일이 습관으로 잡혀 있다 보니,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규칙들은 잘 흘러가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어떤가. 보통은 되는 대로 애를 키우다 보니 습관은 커녕, 하루 일과를 따라가기 바쁘다. 나 역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아침에 헐레벌떡 애들 등원시키고 집에 오면 바로 일하고, 어느새 하원할 시간이 되어 애들을 데리러 갔다. 내가 시간의 주체가 되지 못 하고, 그 반대로 시간에 쫓기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패턴이 계속되다 보니, 아이들이 집에 와서도 매번 시간에 쫓겨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하게 되었다. 악순환의 연속. 거기에 엄마표영어까지 얹으려니 더욱 더 심적인 부담이 생겼다.








사진 출처 Pixabay @Free-Photos


매번 잔소리하고 아이들 뒤꽁무니 따라다니는 삶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집 원장님과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짐했다.



'집에서도 정해진 시간표를 만들자. 그러면, 아이들도 습관에 의해 움직일 것이고, 일일이 지금은 뭘 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잔소리할 필요가 없을 거야.'



습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을 10분,20분,30분 단위로 잘게 쪼개서 세세하게 계획하지는 않았다. 자신도 없었고, 굳이 잘게 쪼갤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큰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흐름만 계획할 수 있게 시간의 덩어리로 계획표를 구상했다.



사실 내가 이런 계획을 세울 때, 신랑은 굳이 나에게 집이지 군대가 아니라며, 시간표대로 흘러가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아이들도 딱딱한 틀 안에 살게 하지 말라 하는 등 온갖 핑계거리와 함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 번 습관이 잡히면 신랑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이 양치하고 옷을 다 입고 나면 아침을 먹으며 준비하는 시간에 영어책을 읽어줬다. 하원하고 집에 오면 놀이 시간을 주었다. 놀이 시간이 끝나고 나면 간식을 먹으며 영상 시청을 했다. 가끔 나와 신랑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함께 'Movie Night'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전엔 잠자리 독서로 마무리했다.



물론 매일같이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큰 틀이 생기고 나니 그 안에서 시간을 세분화하여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엄마만 잘 하면, 애들은 잘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 출처 Pixabay @rayedigitaldesigns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내 머릿 속에서만 크게 시간 계획을 세우고 습관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 가면서 스스로 시간을 계획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되었다. 그래서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내가 시간관리에 사용하는 바인더를 첫째와 둘째에게 하나씩 선물해줬다. 직접 일주일 시간계획표 템플릿을 만들어 인쇄하고 바인더에 끼워놓고, 한 주간 계획이 어떻게 되는 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지 이야기하고 매일 자기 전 다음 날의 계획을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그런데, 유례 없는 코로나19로 초등학교 입학하고, 코로나 때문에 등교를 하지 않았다. 매일 가던 유치원/학교 생활 대신, 매일 집에만 있다 보니 계획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집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 보니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아침 시간에는 교과 공부를 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아침에는 학교에 가 있을 시간이니, 그 시간에 평소 아침 시간에 교과 공부를 마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니 오후 내내 놀 수 있어 아이도 대찬성이었다.




사진 출처 Pixabay @Free-Photos


한 번은 내가 일이 있어 첫째와 신랑을 집에 두고 나갔다 온 적이 있었다. 하필 이 날 따라 전 날 일찍 잠이 들어버려 다음 날 계획을 확인하지 못 하고 잤다. 내가 없더라도 첫째 혼자 교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혼자 앉아서 공부하고 있을 첫째를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잔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첫째가 일어나서 아침 인사를 하며 '엄마, 바인더에 내 할 일 종이 좀 끼워주고 가.' 했다.



항상 교과 공부하던 시간에 엄마가 바깥에 나가니, 그 시간에 자기가 스스로 교과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습관이 형성되지 않았고, 바인더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 날의 이런 호사는 꿈도 꾸지 못 했을 것이다. 아니,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을 지도 모른다.



학령기가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습관이 있고 없고에 따라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한 지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습관을 잡으니, '자기주도 학습'의 발판이 마련된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엄마표영어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꾸준히 하기 위해서 습관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자기주도 학습'까지 잡게 되었다.









사진 출처 Pixabay @Ren5


엄마표영어를 진행한 지 벌써 7년차다. 그렇다고 7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영어그림책을 읽어주고, 영상노출을 해 준 것은 아니다. 이것도 해 주고, 저것도 해 줘야겠다는 마음만 앞서 체계적이지 못 했다. 중간에 갈피를 못 잡고 몇 달 동안 빠짝 책 읽어주다가 며칠 힘들다는 핑계로 미뤄져 결과적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쉬게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습관을 잡고 나니 마음의 부담도 덜어졌고, 꾸준함 속에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엄마표영어는 아이와 함께 가는 것이다. 엄마 혼자 진두지휘해서 이끌어 나가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하는 건 아이이기 때문이다.



엄마표영어, 성공하고 싶다면, 습관을 잡아라! 그러면 길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학교 5학년, 혼자 일본에 다녀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