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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오루 Jan 20. 2023

평범한 가족은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어느 가족(2018) 비평

  영화는 오사무와 쇼타가 물건을 훔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한다. 오사무는 이를 두고 볼 수 만은 없어 소녀 ‘유리’를 자신의 집에 데려온다. 따뜻한 집에 들어와, 오사무는 유리의 몸에 온갖 상처들이 있었고, 그녀의 집에서 부모가 부부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는, 다시 그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의 가족들은 이전 유리의 부모보다는 따뜻했지만, 그들도 평범한 가족과는 조금 달랐다. 그들은 서로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들이다. 남편을 잃은 채 연금을 받는 하츠애를 중심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이지만 부부처럼 생활하는 오사무와 노부요, 그리고 고등학생 아키는 하츠에의 남편의 뷸륜상대의 손년딸이고, 아들 쇼타는 길에서 주운 아이다. 이렇듯 그들은 서로 피 하나 섞이지 않은 관계이지만, 서로를 챙겨주는 것은 평범한 다른 가족과 같이 따뜻하게 대해준다.

  이런 가족에 유리가 들어오고, 따뜻한 생활을 지내던 도중 유리의 실종 신고가 뉴스에 뜨며, 유리에게 지금 있는 가족을 선택할지, 아니면 과거 폭행을 일삼던 가족에게로 돌아갈지 선택의 순간이 놓여진 상황에서 유리가 현 가족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간접적으로 말한다. 이후 가족은 평화롭고 행복한 그들만의 바다 여행을 즐기지만, 다녀온 후 하츠애 할머니의 사망으로 인해 가족은 분열되었다. 야반도주 중 쇼타가 경찰에 잡히면서 남은 구성원들도 도주에 실패한다. 경찰들은 아무도 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전 남편을 죽이고 묻은 여자와 남자, 남편을 빼앗은 가족에게서 돈을 받고 있는 할머니, 남편을 빼앗은 가족의 딸, 유괴된 듯한 아이들 둘들, 아무도 이들이 가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노부요는 자신을 희생하며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5년 형을 받는다.   

   

 - 진짜 가족이란 건 무엇인가?     

 현대의 가족은 심히 모순되고 왜곡된 모습을 보인다. 겉보기에는 정상적이고 멀쩡하지만, 그 내면 속에는 유리의 '이전 가족' 에서 묘사된 것처럼 가정폭력, 아동유기, 외도, 가출, 반항, 이에 더불어 인간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결합하게 되면서 인간소외를 만들어낸다. 현대의 가족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한 가족이 아니다. 가족 안이 아닌 이 안을 벗어나야만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모순투성이의 집단이 되었다. 허나 오사무의 가족을 보자. 계속해서 절도를 행하며 생계를 유지해가고, 그 구성원들마저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특이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어떤 가족보다도 서로 따뜻하게 챙겨주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이런 가족에게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던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챙겨준다.

 <어느 가족>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는 영화를 주로 제작해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어렸을 때 뒤바뀐 아들을 키우는 두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진짜 피를 나눈 아들이 내 아들인지, 기른 아이가 내 아들인지 갈등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피를 나누지 않은 아버지의 불륜상대의 딸이 세 자매와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렇듯 감독은 항상 주변에서 흔히 없는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내면서 일반적인 가족과 대조시킨다. 흔하지 않은 가족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어느 가족>의 영화에서노부요가 말하기를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니?"라는 말은 감독이 우리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21세기 일본 사회는 비정규직 문제, 아동학대, 가난, 노숙자, 실업 등의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또한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 그럼에도 결말은 어두웠다     

 허나 <어느 가족>의 영화에서는 해피 엔딩이 아닌 배드 엔딩으로 마무리짓게 된다. 다른 가족들과 비교되는 진짜 따뜻한 가족을 그려내려 했다면 희망적인 요소들을 결말에 추가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두운 두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결말을 맺었다. 허나 감독은 이와 관련해서 얘기를 꺼낸다. "비록 그들은 헤어졌을지라도 함께 지낸 시간만큼은 각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되리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젊은 아이들을 믿었다. 그들은 어두운 곳에 있지만, 그 속의 밝은 따스함을 느껴보았었기에 이 어두운 상황들도 언젠가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그는 가진 것이다. 그들이 모여 생활하는 동안, 서로 간의 믿음, 신뢰,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공유해왔기에, 그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말은 어두웠지만, 아이들의 앞길은, 미래는 언젠가 그들이 스스로 밝혀나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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