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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Oct 21. 2024

식물 하는 마음

식물이 조용하게 알려준 것들

매일 아침이 기대되게 만들어준 레몬

처음은 레몬 씨앗을 발아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다. 씨앗을 물에 적신 키친타올 위에 며칠간 두면 금세 아기 뿌리가 나온다. 흙으로 옮겨 심어서 매일같이 새싹을 언제 올리나 관찰하곤 했다. 베란다에 둔 레몬, 실내에 둔 레몬을 그룹으로 나눠 실험하듯 탐구 일지를 작성했다. 초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무언가를 실험하듯 탐구해 본 적이 있나 싶다.


이윽고 레몬은 귀여운 새싹을 보여주었고, 무서운 속도로 자라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여전히 어려웠지만, 레몬을 키우면서는 '오늘은 얼마나 더 컸을까?' 하며 매일 아침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발아에 재미를 붙이곤 집에서 나오는 온갖 씨앗은 다 심어보려고 했다. 두 번째로 나와 인연을 맺은 식물은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단단한 씨앗에서 양분을 취해 뿌리와 줄기가 나올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어느덧 자라 조금씩 줄기에 단단한 껍질을 만드는 중인 아보카도. 가끔은 버섯에게 흙을 내어주기도 한다.

한 번은 도대체 이 씨앗이 죽은 건지, 살았는지 도저히 분간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흙에서 쑥 씨앗을 빼낸 적이 있다. 흙 위로 보이지 않았을 뿐, 아보카도는 열심히 나름대로 뿌리를 뻗고 있었다. 이렇게 뿌리를 내리느라 애쓰고 있었구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 후, 한참 구직활동에 열을 올리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로 매일 조급해했던 나날들에 울림을 주었던 에피소드다. 단숨에 싹이 나길 기대하기보다는, 매일의 뿌리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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